‘여름시작’ 단오의 세시풍속
‘여름시작’ 단오의 세시풍속
  • 시정일보
  • 승인 2007.06.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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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하고 그네뛰고 허기진 배에 수리취떡 한입에 ‘꿀떡’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단오(음력 5월5일)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수릿날겷돝像?중오절겢輧瑛繭箚玆?불리는 단오는 예부터 3월3일?월5일?월6일?월7일?월9일 등 월과 일이 겹치는 양기(陽氣) 가득찬 길일(吉日) 중에서도 가장 양기가 센 날이라고 해 으뜸 명절로 지내왔다. 농경사회에서 파종을 하고 모를 낸 후 약간의 휴식을 취하던 단오절이 오면 우리 조상들은 이날 하루 시절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마음껏 놀이를 즐겼다. 오는 19일로 다가온 단오절을 맞아 단오의 어원과 유래, 풍속, 음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단오의 어원과 유래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오(午)’는 다섯의 의미로 ‘초닷새’를 뜻한다.
중오는 오(五)의 수가 겹치는 5월5일을 뜻하는 것으로 양기 왕성한 날로 풀이된다. 음양사상(陰陽思想)에서는 홀수를 ‘양(陽)의 수’라 하고 짝수를 ‘음(陰)의 수’라 해 ‘양의 수’를 길수(吉數)로 여겼다. 전통사회의 절일(節日)인 설(1월1일)ㆍ삼짇날(3월3일)ㆍ칠석(7월7일)ㆍ중구(9월9일) 등의 속절은 양수를 길수로 여기던 기수민속(奇數民俗)들로,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단오의 유래는 중국 초나라 회왕(懷王)때부터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굴원(屈原)이라는 신하가 간신들의 모함에서 자신의 지조를 증명하기 위해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했는데 그날이 바로 5월5일이었다. 그 후 해마다 굴원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전래돼 우리나라의 단오가 됐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단오의 세시풍속
전통사회 단오의 세시풍속은 더운 여름철의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신체단련을 위한 놀이, 재액을 방지하기 위한 습속, 풍농을 바라는 의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고려시대의 9대 명절, 조선시대의 4대 명절(설날, 한식, 추석)에 속하던 단오날 부녀자들은 ‘단오장(端午粧)’이라고 해 창포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아 두통과 재액(災厄)을 막고,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더했다. 또 이날 새벽 상추밭에 가서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며 버짐을 예방하기도 했다. 남자들은 단오날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곤 했는데, 이는 벽사의 효험을 기대하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단오날 중에서도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는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각으로 생각돼 조상들은 약쑥, 익모초, 찔레꽃 등을 따 말리며 한다발로 묶어 대문 옆에 세워뒀는데, 이는 재액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농가에서는 대추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는 습속을 즐겼는데, 이를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고 불렀다.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그네뛰기와 씨름이 있다. 그네뛰기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놀이로 조선 후기의 작품을 보면 한복을 차려 입은 부녀자들이 치마폭을 바람에 날리며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놀이가 바로 씨름대회다. 씨름대회에서 이기는 사람에게는 관례로 황소를 상품으로 줬는데, 경기방식은 요즘과 같은 토너먼트식이 아니라 도전자들을 모두 이겨 상대자가 없게 되면 우승을 하게 되는 방식이다.
지역민들의 일체감을 고취시키는 의례로서는 ‘단오제’와 ‘단오굿’이 있다. 강원도 강릉지방의 강릉단오굿과 경남 영산의 문호장굿, 경북 자인의 한장군놀이 등은 지금도 각종 놀이 및 행사들과 접목돼 지역민의 축제형식을 띠고 있다. 이 밖에 제호탕은 한약재를 꿀에 섞어 달인 약으로 더위가 심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데 사용했고, 옥추단은 일종의 구급약으로 여름철 곽란이 났을 때 물에 타서 마셨다. 부채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도구로 단오 무렵이면 부채를 만들어 한여름을 대비했고, ‘단오선’이라고 해 왕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단오의 시절음식
단오의 시절음식으로는 수리떡과 약떡이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이 날은 쑥잎을 따다가 찌고 멥쌀가루 속에 넣어 반죽을 해 초록색이 나도록 하여 이것으로 떡을 만든다. 그리고 수레바퀴 모양으로 빚어서 먹는다”라는 풍속이 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수리떡이다. 약떡은 전라남도 지역에서 전하는 시절음식으로, 이 지역에서는 떡을 하는 예가 비교적 드물었으나 단오 전날 밤 이슬을 맞혀 뒀던 여러가지 풀을 갖고 단오날 아침에 떡을 해 먹는 풍속이 있는데, 이를 약떡이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앵두가 제철인 단오 무렵이면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이들의 주전부리로 옥수수나 쌀 등을 튀겨주기도 했다. 또 새 쑥을 넣어 만든 떡으로 차례를 지내는 것을 상례로, 제주도에서는 보릿가루에 누룩을 썩어 부풀게 만든 기루떡과 곤떡ㆍ새미떡ㆍ인절미ㆍ표적ㆍ율적ㆍ해어ㆍ실과 등을 제물로 사용했다.
<자료제공: 국립민속박물관>
徐廷根 기자 /jkseo@sijung.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