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한정후견인 차별’ 자치법규 손질
‘피한정후견인 차별’ 자치법규 손질
  • 이승열
  • 승인 2021.04.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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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피한정후견인 결격조항’ 2021년도 1차 자치법규 기획정비과제 선정
수상후보·홍보대사, 직업·업무, 임원·위원 등에서 배제하는 자치법규 300건 정비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A씨는 홀몸어르신과 저소득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10년 이상 꾸준히 해온 공로로 ○○군의 군민봉사상 수상후보로 추천됐다. 하지만 군민봉사상 위원회는 A씨가 피한정후견인이라는 것을 이유로 수상후보에서 제외했다. A씨가 과거 낭비벽이 심해 파산한 적이 있어, 특정 금액 이상의 금융거래에 대한 권한이 배우자에 있는 피한정후견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행정안전부(장관 전해철)는 이와 같이 불합리한 차별을 일으키는 규정인 ‘피한정후견인 결격조항’을 2021년도 1차 자치법규 기획정비과제로 선정하고 정비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피한정후견인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지역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피한정후견인은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나, 일정 범위에 한정된 법률행위에만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과거 한정치산자 또는 피성년후견인과 달리 원칙적으로 온전한 행위능력이 인정돼, 재산관리 등 법원이 별도로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피한정후견인을 결격사유로 정하는 조례·규칙이 다수 존재하는 실정이다. 

이번 정비대상 자치법규는 총 300여건으로, △정신적 제약의 정도 등과 상관없이 수상자격, 홍보대사 등에서 배제하는 규정 △계약체결능력, 직무수행능력 등 행위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미화원, 명장 등 직업·업무에서 배제하는 규정 △임직원, 위원회의 위원 등에서 결격사유로 정한 규정 등이다. 

피한정후견인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례와 규정은 헌법상 명시된 평등권·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성년후견인 제도의 취지에 위배된다. 또, 장애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복지법(제8조), 장애인차별금지법(제6조) 등 실정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올해 초 국가공무원법(제31조), 지방공무원법(제33조) 등 다수 법령에서 피한정후견인을 결격사유 규정으로부터 제외한 바 있다. 사후적·개별적 직무수행능력 평가 등의 방법으로 피한정후견인의 업무능력을 판단하도록 국가 법령을 개정한 것. 이번 자치법규 정비계획은 국가 입법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신속하게 관련 자치법규를 정비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지자체는 늦어도 2022년 말까지 정비를 마쳐야 하며, 행안부는 정비실적을 2023년도 합동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올해 첫 번째 기획정비과제로 ‘피한정후견인 결격조항 관련 자치법규 정비’를 선택한 것은 피한정후견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앞으로도 불합리한 자치법규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