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공수처 ‘성역 없는 고위 공직자 수사’ 설립취지 훼손해선 안 돼
사설 / 공수처 ‘성역 없는 고위 공직자 수사’ 설립취지 훼손해선 안 돼
  • 시정일보
  • 승인 2021.04.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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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 공수처 청사로 은밀히 들어오게 한 뒤 조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황제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검장을 조사한 김 처장이 조서나 면담 세부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된 데 이어 이번엔 자신의 관용차량과 수행원을 보내 마중하고 배웅까지 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공수처 출범 초반부터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사건 피의자를 수사기관장 그것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관용차까지 제공하며 ‘모신(?)' 것은 가히 충격적인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수사기관장 관용차를 동원해 모시는 예우를 한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관용차에 외부인을 태워 과천 공수처 청사로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행정안전부훈령 제92호 청사출입보안지침 제17조(방문신청) ①‘청사를 방문하고자 하는 외부인은 사전에 방문신청서를 작성하여 업무담당공무원에게 방문신청 하여야 한다.’, 동 지침 제33조(차량출입 통제) ④‘차량 출입자(동승자 포함)는 차량과 인원에 대한 검색 및 신원확인을 거친 후 청사내로 진입하여야 한다.’는 보안지침의 중대한 위반이 아닐 수 없다.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며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지만, 향후 일반피의자들에게도 보안이 필요하다면 똑같이 처장 관용차를 제공할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철저하게 수사하기 위해 신설한 기관으로 수사 절차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법 앞의 평등과 형평성이 중요한 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보며 출범 때부터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받아온 공수처가 성역 없는 고위 공직자 수사라는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정권의 호위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공수처가 첫 수사도 하기 전에 눈치보기와 월권 논란으로 휘청거리는가 하면,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장 사퇴 목소리와 존폐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공수처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정성 시비를 자초해 국민의 불신을 받으며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