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검찰총장 인선기준은 국정철학 아닌 정치적 중립성이다
사설 / 검찰총장 인선기준은 국정철학 아닌 정치적 중립성이다
  • 시정일보
  • 승인 2021.04.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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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박범계 장관은 최근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 요건과 관련, “대통령이 검찰 기관을 이끌 수장을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크다”고 말했다. 29일로 예정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나온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검찰의 기능과 검찰총장의 역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내용이나 시기 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②‘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검사를 대표하는 검찰총장의 최고 덕목이 그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수 있는 인물을 총장으로 인선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법무행정을 대표하고 있는 장관이 청와대 참모나 정부 각료 인선의 기준인 대통령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을 총장 인선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코드 인선을 주문한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는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는 데 급급한 총장은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우며 사회 전체 질서의 보루인 법을 곧추 세울 수 없다. 국민들이 차기 총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결코 대통령과 국정 철학이 맞느냐가 아니라 부정부패는 여야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일벌백계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검찰의 수장이 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대한 확고한 인식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으로 이 땅에 정의와 원칙을 수호하는 게 그 본연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킬 수 있는 인사가 차기 총장의 인선 기준이 돼야 하며 새 검찰총장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무너진 사법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추천위는 헌법 가치를 준수하고 정치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인사를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무리하게 총장으로 임명해 정권의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처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