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열린 의회를 위한 한가지 제언
기자수첩 / 열린 의회를 위한 한가지 제언
  • 이승열
  • 승인 2021.04.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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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기자는 지방행정전문지 소속으로서 서울 자치구와 자치구의회에 취재차 자주 들른다. 그중 구의회 관련 기사는 주로 정례회·임시회 등 회기 중에 발생하는 일에 관해서 쓰게 된다. 개회와 폐회 소식(본지에서는 의정녹음이라고 부른다), 조례안, 구정질문, 5분자유발언 등이 주를 이룬다. 본예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 주로 정례회에서 진행되는 사안은 더욱 중요하게 다루게 된다.

그런데, 생생한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되도록 본회의는 직접 참관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세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고, 의원들이나 구청 간부들에게 한마디라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일정이 겹치기 마련이고,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본회의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인터넷 생방송으로 본회의를 시청하거나, 구의회 누리집에 올리는 회의록과 녹화영상에 의존해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문제는, 구의회마다 구축된 인프라의 수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A구의회는 회의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고 녹화영상도 즉시 올라온다. 회의록 역시 늦어도 다음날에는 임시회의록이라는 이름으로 업로드된다. B구의회는 생방송 시청은 가능하지만, 녹화영상은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회의록이 빠르게 올라오기 때문에 불편은 없다. C구의회는 생방송 시청이 가능하고 녹화영상도 즉시 올라오지만, 회의록 업로드는 수일이 걸린다. 회의록 업로드 시점의 차이는, 속기사 작성본을 임시회의록으로 공개하느냐, 아니면 퇴고와 검토를 거쳐 완결본으로 올리느냐의 선택에서 기인한다. 임시회의록을 올릴 때는 “본 회의록은 회의 내용의 신속한 정보제공을 위한 임시회의록으로서 완성본이 아니다”라는 팝업 메시지를 띄우기 마련이다. D구의회는 영상과 회의록을 즉시 올리는 것은 물론, 모든 소식을 꼼꼼하게 SNS를 통해서도 알린다.

문제는 E구의회처럼 의사(議事)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곳이다. E구의회는 인터넷 방송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고, 회의록 업로드도 여러 날이 걸린다. SNS도 (적어도 기자가 검색한 한도에서는) 별도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는 임시회를 개회하는 날이었는데도, 누리집 메인화면 ‘오늘의 의사일정’에 “금일 일정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결국 본회의장을 방문하지 않는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이제 ‘기자’라는 단어를 빼고 ‘구민’을 대입해 보자. 기자 대신 구민이 회의를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자치구의회는 구민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기술적인 제약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방법’과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 의원들의 발언은 대체로 이렇게 시작한다. “존경하는 구민 여러분, 선·후배 동료 의원 여러분” 이제 구민을 부르는 이 목소리가 의회 밖에서도 울려 퍼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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