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1명당 정책지원전문인력 1명 실현해야”
“지방의원 1명당 정책지원전문인력 1명 실현해야”
  • 이승열
  • 승인 2021.05.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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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내년 시행…지방의회 변화의 바람
시정신문 창간33주년 지방자치 30주년 기획
지난 2월22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29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 2월22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29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지난 2020년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해로 평가될 만하다. 바로 1월 최초의 <지방일괄이양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12월에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것.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김순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자치분권2.0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제도적 기초를 놓았다”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이 되고 지방의회 의정활동이 활성화되며, 지방행정의 효율이 높아지고 국정의 동반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위가 견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도 1월13일 시행될 개정 <지방자치법>은 대한민국 지방정부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본지는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전문인력의 도입’으로 개혁 수준의 변화를 겪을 지방의회에 주목했다. 마침 2021년은 지방의회 선거가 다시 치러지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라 지방의회가 어떻게 변모할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개정돼 내년 1월 시행될 개정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의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 운영 자율화 △정보공개 확대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 △지방의원 겸직금지 명확화 △지방의회 책임성 확보 등으로 볼 수 있다. 그 취지는 한마디로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되 그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도 요구한다’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회장 김한종 전라남도의회 의장)는 지난 4월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지방자치법> 후속 법령 개정에 대한 시·도의회의 의견을 담은 건의안을 전달했다.
건의안은 크게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시·도의회 조직 및 직급체계 개선 △정책지원 전문인력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앞의 3개 부분에, <지방자치법 시행령> 등 후속 법령 개정에 대한 지방의회의 요구사항이 압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는 그 내용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변화를 그려본다.


지방공무원 직렬에 ‘의회’ 추가
의회와 의회 간, 집행부와 의회 간 인사교류 필요

 

먼저,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으로 의회 사무처·사무국·사무과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에서 시·도의회 의장, 시·군·자치구의회 의장으로 이관된다. 의장은 사무처·국·과의 직원에 대한 채용, 교육, 평가, 전보, 승진, 징계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현재 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 아래 지방의회로 전보 발령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를 관할할 ‘인사위원회’도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에 설치된다.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 사무처·국·과에서 일할 일반직 공무원의 임용형식은 지방공무원 직렬에 ‘의회’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년도 법 시행 초기까지는 의회직렬 공무원을 신규 임용할 수 없으므로, 기존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의회직렬 전환 신청을 받아 정원을 채우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회는 사무처 직원 정원 343명 중, 임기제와 별정직을 제외한 219명에 대해 서울시청 일반직 공무원 전체의 전환요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지방분권TF 단장)은 “최근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표본)조사를 했더니, 약 18%가 의회직 전환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며 “이는 예상보다 많은 숫자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2021년 1월31일 현재 사업소와 자치구를 제외한 서울시 본청 정원 중 별정직을 제외한 일반직 공무원은 5151명으로, 이 중 18%는 928명이 된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으로 일할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방법은 두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시·도에 위탁해 치르는 방법과, 전국협의회(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 위탁해 치르는 방법이다. 이 중 다른 지방공무원 직렬과 함께 시·도 단위에서 임용시험을 치르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시·군·구 차원의 임용시험은 필요경비와 전문인력의 부족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교류도 문제가 된다. 사무직원의 직무경험 확장, 역량 제고, 우수인력의 균형 있는 배치를 위해서는 의회와 의회 간, 집행부와 의회 간 인사교류가 꼭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시·군·구의회 사무직원의 고질적인 인사적체 해소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단, 인사교류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일부 시·군·구의회에서는 의회 간 인사교류는 기초의회끼리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에 대한 광역의 암묵적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다. 반면,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광역-광역, 기초-기초, 광역-기초 간의 인사교류는 물론, 중앙정부와의 인사교류도 가능하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의 사무인력 통합명부 작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서울시가 기술직 공무원의 인사교류를 행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김정태 위원장은 “인사권 독립의 궁극적 목적은 단순한 인사권의 이동이 아니라, 의회 사무직원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특히 광역-기초의회 간 인사교류를 통해 의회 전문인력의 역량을 폭넓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도의회에서는, 시·도의회에 제2인사위원회 설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위직과 하위직 인사 각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개방직·임기제·공무직·별정직 등의 인사를 위한 제2인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도의회 사무처장, 1급으로 조정해야
시·군·구의회 사무국·과장은 3급·4급으로 상향


지방의회 조직과 직급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의 제안 내용이 양립한다.

우선 시·도의회는 현재 의회별로 직급을 달리하고 있는 사무처장의 직급을 1급으로 일괄 상향 조정하고, 2급의 부처장, 3급의 국장을 신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사무처장의 직급이 1급인 곳은 17개 시·도의회 중 서울시의회 1곳뿐이다. <의회사무기구의 설치기준 및 직급기준>에서는, 부산시의회는 2급을, 그 밖의 시·도는 2급 또는 3급을 사무처장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시·도 집행기구의 부단체장은 1급 상당이어서, 기관 간 수평적인 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도의회의 주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무처장 아래 바로 이어지는 직급이 4급이어서, 2급 또는 3급으로 채워져야 할 자리에 공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의회 사무직원들의 승진을 막아 의욕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우수인력을 시·도의회에 유치하는 데도 한계를 두게 한다고 시·도의회는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도의회는 부처장(2급) 1명, 국장(사무국·입법예산정책국) 2명을 둘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군·구의회의 경우, 현재 의회사무국·과장의 직급은 인구 100만 도시 4곳을 제외하고는 4급(국장)과 5급(과장)으로 정해져 있다. 시·군·구의회는 이를 3급과 4급으로 상향하고, 그 아래 입법·예산기능을 담당할 2∼3명의 담당관(5급)을 둘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한다.

또, 시·군·구의회는 현재 5급과 6급으로 혼합 운영되고 있는 전문위원의 직급을 5급으로 일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의회 안에서도 전문위원의 직급이 달라, 상임위원회 간 형평성과 집행부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지원전문인력 50% 도입은 지방의회 무시
의원 지역구 관리 · 선거관리 · 사적활동 업무 금지


이번 개정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지원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정책지원전문인력을 2분의 1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용하도록 하고, 2022년 12월31일까지는 의원 정수의 4분의 1, 2023년 12월31일까지는 2분의 1까지 연차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예컨대, 의원 정수가 110명인 서울시의회는 내년에 28명, 내후년에는 55명의 정책지원전문인력을 둘 수 있게 된다. 의원 정수가 9명인 중구의회는 내년 3명, 내후년에는 5명을 뽑게 된다. 이는 의원정수와 같은 수의 정책지원전문인력을 요구한 지방의회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지방의회의 반발이 컸다.

정책지원전문인력과 관련된 또 다른 쟁점은 이들의 직무범위와 임용형식이다. 먼저 직무범위와 관련해서 지방의원의 개인보좌업무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의원의 개인사무 지원은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시·도의회는 △지역구 관리에 관한 사항 △선거관리에 관한 사항 △사적활동은 시행령에서 금지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조례로 결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정활동의 범위와 개념이 포괄적이고 지역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시행령에서 직무범위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정책지원전문인력의 활용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책지원전문인력의 임용형식에 관해 시·도의회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임기제, 또는 별정직 지방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별정직의 경우 공개경쟁채용을 할 경우 장시간이 소요되므로, 특별채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적격자나 의원 친인척의 채용을 제한하는 등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 임기를 지방의회와 일치시켜, 임용 당시의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면 함께 면직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시·도의회는 정책지원전문인력을 의회사무직원 정원과는 별도의 정원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미 55명의 입법지원관을 정원 외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법 개정 내용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내년에 이 중 27명을 오히려 해고해야 한다.

이에, 의회는 10대의회 임기를 마치는 내년 6월30일까지, 조례를 제정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른 정책지원전문인력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책지원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들의 거취는 11대의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김정태 위원장은 “정책지원전문인력은 이번 개정 지방자치법 내용 중 가장 불만이 큰 사항”이라며 “다음 의회가 시작되기 전, 의원 정수와 정책지원전문인력 1대1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려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다시 개정하거나,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의회법 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