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나눔이 곧 행복이다
시정칼럼 / 나눔이 곧 행복이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5.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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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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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전대미문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어쨌든 곧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계절은 착실히 제 역할을 감당하며 순환을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진단해야 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삶이 지속된다.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기쁜 소식일까. 세계 최고의 상속세 12조원. 지난달 발표된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다. ‘정직하게 국민이 납득할 세금을 내야 한다.’라는 이 회장의 신념대로 유족들은 담담히 세금납부와 사회환원 결정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 3년치(2017~2019) 상속세 수입(10조6000억원)보다 많은 돈이 한 번에 세수로 확보되니 정부입장에서는 대환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다른 나라의 부자들은 상속세 대신 기부를 선택해 엄청난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되는데 왜 우리는 세금일까. 만약 ‘사상 최고의 기부금 12조원’이 됐다면 어땠을까.

미국, 영국, 일본 등 기부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당장 정부의 세수가 줄더라도 세금 감면 등 장기적으로 기부를 활성화하고 장려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 치 앞을 못 보는 것 같아 부끄럽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대기업 오너들의 실천이 잇따르고 있고 기업들의 ‘재능 나눔’ 또한 대표적인 활동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전면적으로 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보이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카네기, 록펠러, 포드 등이 사업으로 축적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드는 모범을 보였다. 최근 세계 최고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와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 회장 역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데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나아가 기부자들이 신명 나게 기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50%)이고, 기부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기꺼이 기부를 하겠는가.

거대한 돈을 사회로 환원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결정, 김봉진·설보미, 형미선·김범수 부부의 유산 기부 약정은 우리 사회가 곧 변혁적 기부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국 이래 최초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인, 기업인, 사회지도층, 유명연예인의 병역기피는 다반사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기업규모와 가치에 비하면 마지못한 소규모의, 무늬만 사회공헌이고, 심지어 공헌사업 출연 비영리 재단법인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조세 감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그 속내는 사실 무늬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보인다.

나눔문화 없이는 사회통합이 있을 수 없으며 갈등구조가 심각한 사회는 복지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기부활동은 살맛 나는 사회로 만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가진 자들의 기부문화를 통해 이웃사랑을 나눌 수 있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 사회통합도 가능해진다.

우리 사회에 가장 바람직한 기부문화가 조성되려면 먼저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기부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기부자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기부에 대한 교육이 늘 이루어져야 하고 기부를 장려할 수 있는 여건과 조세제도도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나눔이 곧 행복이다.’라는 가치하에 기부의 필요성과 긍정적 효과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인식 제고를 위한 준비로 나눔에 대한 교육과정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부의 생활화를 위한 나눔 교육이 어려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기부는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영역이 아니거나 정부의 역할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이바지한다. 또 자선적 기부는 사회의 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바지한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자선적 기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이다. 강은 제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제 열매를 먹지 않으며 바람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하늘은 다만 그 넓은 품을 열어줄 뿐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물, 나무, 바람 모두 빈 몸으로 간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