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그대 마음을 살펴 항상 원만하게 살아야
시청앞/ 그대 마음을 살펴 항상 원만하게 살아야
  • 정칠석
  • 승인 2021.05.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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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此心(차심)이 常看得圓滿(상간득원만)하면 天下自無缺陷之世界(천하자무결함지세계)요 此心(차심)이 常放得寬平(상방득관평)하면 天下自無險側之人情(천하자무험측지인정)이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내 마음을 살펴 항상 원만하게 한다면 세상은 한 점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며 내 마음을 열어 놓아 항상 너그럽게 한다면 세상에 험악한 인정이란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사람은 가끔 자기 자신을 자기가 아닌 타인으로 느끼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자기가 타인과는 확실하게 다른 것처럼 자기 자신도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일에 직면했을 때 마음의 동요에서 비롯된다.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생각할 수도 없었고 또한 그렇게 행동할 수도 없는 일을 한순간에 이미 행동에 옮겨놓고 있는 자신에 대한 당혹감 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동질성의 것만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이질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돼 있다. 그것은 감정이라는 의미로 마음속에 마치 사금파리처럼 깔려 있으면서 저마다의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 마음을 살펴 항상 원만하게 한다면 피다만 꽃나무도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대 마음을 열어놓아 항상 너그럽게 한다면 메말라 버린 강바닥에 다시 강물이 흐르게 할 수도 있다.

작금에 들어 법원이 정인이 양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인이의 사망 원인이 된 장간막·췌장 파열이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피고인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강한 충격을 가한 결과라며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처럼 정인이가 겪은 잔혹한 학대와 폭행을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지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숱하게 겪고도 사회적 반성이 부족하다며 엄벌만으로는 아동학대 범죄를 막을 수 없고 제도적·사회문화적 변화와 함께 근본적 예방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아동학대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반사회적 인륜범죄의 극치이다. 그럼에도 가정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적발과 범죄 입증 역시 쉽지 않다. 결국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숱하게 겪고도 사회적 반성이 부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땜질 처방으로 이런저런 제도를 보완했을 뿐 국가 차원의 총체적 접근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 차제에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과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아동학대를 획기적으로 근절하도록 사회 전체가 합심해 역량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