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내 생전에 보면 좋겠는데...”
기자수첩 / “내 생전에 보면 좋겠는데...”
  • 정수희
  • 승인 2021.06.03 11:30
  • 댓글 0

정수희 기자 sijung1988@naver.com
정수희 기자
정수희 기자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기자는 강변북로를 지나 출퇴근을 한다. 전에 없던 녹지 공간이 최근 부쩍 눈에 들어와 알아보니, 마포구 당인동1번지 서울화력발전소 부지 내 조성된 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발전소인 옛 당인리발전소, 지금의 서울화력발전소로 인해 오랜 세월 고통받아온 주민들을 위해, 마포구는 발전소 지하화 및 지상부 공원화에 더해 인근에 ‘주민편익시설’을 짓기로 했다.

공원과 바로 닿아 있는 건립 예정지에 가보니 아직 공터다. 2014년 처음 얘기된 것에 비해 더딘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한 서강동 주민은 “80여년간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데 대한 보답 차원으로 편익시설이 들어선다는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동안 주민들 의견을 듣는 데도 구가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서강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서울복합화력발전소 내 주민편익시설 건립 주민설명회’에서 말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2010년 구의원 출마 당시 발전시설로 인한 소음, 오염 등으로 창문을 열지도, 빨래를 널지도 못하던 서강동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했었다. 2018년 채우진·김종선 구의원을 주축으로 특위가 구성돼, 숙원사업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의기투합으로 탄력을 받아 결실을 맞게 됐다”면서, “2023년 시설이 완공되면, 시름했던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여가활동 및 문화생활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려보였다.

사실 이 사업은 2014년 11월 건립 계획 수립 이후 2016년 11월과 2020년 6월, 두 차례의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에 대해 강영대 생활체육과장은 “국가 발전소주변 특별지원금 92억원이 확보돼 있지만, 부지 비용 등 당초 예산보다 많은 3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라며,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설계용역을 맡고 있는 건축사사무소레드박스 변종석 대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에 수영장, 사우나, 다목적실, 체육관, 헬스장, 카페, 풋살장 등을 갖춰, 여유와 소통, 활기가 넘치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편익시설은 내년 1월 착공, 2023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작 그 혜택을 누려야 할 어르신들에게 까마득한 시간일 수 있다. 오래 기다려온 이들의 염원이 조금이라도 앞당겨 실현되길 바란다. 그리고 더 나은 시설 운영을 위한 소통의 자리도 이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