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검찰의 존재 이유이다
기자수첩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검찰의 존재 이유이다
  • 정칠석
  • 승인 2021.06.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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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석 기자 chsch7@daum.net
정칠석 기자

[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법무부가 최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그간 우려대로 친정권 성향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되고 정권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보란 듯이 직급이 강등되거나 일명 한직으로 좌천됐다.

최대 관심사였던 이성윤 지검장은 피고인 신분으로는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사상 초유로 승진해 서울고검장으로 발령났다. 통상적으로 법무연수원장 같은 수사와 무관한 자리로 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 법무부장관은 항간의 이해충돌이란 지적마저 무시했다. 향후 서울고검장이 재판을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이 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현 법무부장관의 고교 후배이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과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린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도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하고, 추 전 장관의 대변인을 지낸 구자현 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검찰국장에 기용돼 정권에 충성하면 보상해 준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남긴 인사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옮겨 일선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보직으로는 복귀하지 못했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를 지휘해온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장으로, 강남일 대전고검장 등 23기 고검장들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나 정권의 뜻과 어긋난 행보를 보인 검사들은 결국 쓴맛(?)을 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검찰 간부 인사는 검찰의 독립성 확보와 정치 중립 원칙은 온데간데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 검찰인사는 항간의 검사 줄 세우기라는 말처럼 검찰을 통제해 온 과거의 정권들의 행태와 현 정권이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검수완박이 아니라 법치완박”이라며 “공정도 정의도 염치도 없는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어떤 경우라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검찰을 바라는 국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법무부는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인사라고 항변하지만 이번 인사가 과연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내건 개혁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검찰권 행사는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이 전제돼야 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곧 검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권 보위용 검찰 장악 인사를 단행하고 검수완박을 밀어붙인다고 해서 권력비리를 영원히 덮을 수는 없는 일이란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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