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36년 공직생활에 마침표…“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
한 권의 책/ 36년 공직생활에 마침표…“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
  • 정수희
  • 승인 2021.06.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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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자전 에세이 '꿈꾸는 장자의 나비' 출간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1986년부터 36년간 공직생활을 해오다 정년퇴직하는 조주연 지방서기관이,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자전 에세이 <꿈꾸는 장자의 나비>를 펴냈다.

책의 제목은 자주 가던 가게의 이름이자 평소 존경해온 인물에서 따왔단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36년 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소일하면서 지난날 틈틈이 낙서처럼 기록해 두었거나 나만의 형식을 갖춰 저장해 온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내고 가까운 사람 몇몇에게 나누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 가볍게 보기엔, 저자가 수없이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쌓아온 연륜의 산물인 삶의 지혜가 곳곳에 묻어나 연신 곱씹으며 읽게 된다.

1장 ‘버킷리스트’에선, 차를 몰고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버킷리스트의 ‘상상’ 여정이 △소돔과 고모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아무르강을 건너 비로비잔, 치타로 △러시아 속의 몽골 울란우데 △시베리아의 진주 이르쿠츠크 같은 제목의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자동차로 세계일주하는 내용의 책들과 블로그 글들이 상상에 ‘날개’를 달아줬단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2장 ‘창가에 앉아 뒤돌아보다’에선,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상이 주를 이룬다. ‘입사동기’ 같은 개인의 역사에서부터,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국가부도의 날 등 시대적 사건사고를 아우른다.

그 중에는 저자가 언론사 독자투고란을 통해 제안한 내용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된 사례들도 나온다. 주차요금 세분화를 비롯해 무분별한 홍보명함 단속의 기준이 되는 광고물관리법 개정, 월드컵경기장 건립 백지화를 막아낸 일 등이다.

2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세 가지 질문’ 편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장 ‘지혜로운 삶’에선, 습관처럼 간간이 메모해둔 글들을 주제별로 나눠 정리했다. 밑줄 긋고 접어뒀다 반추해보면 좋을 내용이 많다.

마지막 4장은 말 그대로 ‘술을 노래한 시에 대한 소고’다.

전체적으로 꾸밈이 적고 딱딱하지 않아 술술 읽힌다. 거기다 재치 있는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를 빼닮았다.

이 책이, 저자처럼 시작과 끝의 경계에 선 이들의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게 하는 경쾌한 신호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