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생각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
특별기고/ 생각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
  • 김갑빈(전 서울대 인문대학 행정실장)
  • 승인 2021.07.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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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빈(전 서울대 인문대학 행정실장)
김갑빈(전 서울대 인문대학 행정실장)
김갑빈

[시정일보] 성공의 의미와 가장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다.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은 성취감, 건강, 원만한 가족 및 사회관계 그리고 우리만의 재능과 능력의 실현을 의미할 수도 있다. 또 성실함과 믿음이 될 수도 있으며 다양하고 화려하게 삶을 즐기는 능력이 될 수도 있다.

성공을 정의하려면 딱 맞아떨어지는 정확한 공식이 적용되는 과학의 세계에서 벗어나 보다 주관적이고 덜 단정적인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모든 학문 중에 가장 고상한 학문은 인간이 무엇이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플라톤(Plato, 기원전 427~347년경)은 말했다.

이것은 철학의 주된 목표이며, 그래서 신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진리를 모색하고 있는 모든 개개인은 사실 철학자나 다름없다. 우리가 찾는 대답은 보일 듯 말 듯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종종 있지만, 노력에 대한 대가는 항상 주어진다. 더 많은 이해와 겸손 그리고 지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70년경~399)는 아테네(Athens, 그리스 수도)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현명한 이유는 오직 삶에 대한 무지를 자신이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반추해 보자. 기원전 399년 봄 70세의 노철 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교도소에서 독배를 마시고 비극적 생애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의 죽음은 예수의 죽음과 더불어 인류의 정신사의 큰 사건이다. 소크라테스를 죽였다는 것은 진리와 정의를 죽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기를 고소한 사람들과 아테네 시민들 앞에서 자기의 입장과 태도를 밝히고 자기의 신념과 인생관을 피력했다. 아테네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피력한 사상과 신념을 그의 애제자 플라톤이 다이얼로그의 형식으로 기록했다. 이것이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불과 50~60페이지의 소품이지만 소크라테스의 면목이 약동한다. 지혜를 사랑하고 진리를 따르고 정의의 길을 걸어간 위대한 철인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자, 떠날 때는 왔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들은 살러 간다. 우리 중의 누군가 더 행복한 운명을 맞게 될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에게서 우리는 진리와 신념을 위하여 생명을 버리는 용감한 철인(哲人)을 발견한다.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대화록(對話錄)을 읽으면 철학적 정신이 얼마나 위대하고 철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절감할 수가 있다.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깊은 정신을 우리는 이 대화록에서 느낄 수 있다.

삶과 그 안에서의 우리의 위치는 실제로 무척 복잡하다. 어떻게 하면 최선의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마치 변화무상한, 그래서 추측만이 가능한 퍼즐을 맞추는 일과 같다. 우리의 제한된 이성과 인식 능력만으로는 그 퍼즐을 결코 풀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따르는 것보다 자신의 기준이나 가치와 다른 것을 따르는 것이 훨씬 더 쉬워 보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옳다고 여기는 것, 이 말은 때때로 우리 삶의 가치가 돈으로 측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의 발전 정도는 얼마나 많은 급여를 받느냐로 평가되고 우리가 투자한 노력과 시간만으로 우리의 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돈과 소유물은 사실 행복이나 만족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사람들은 잘못된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즉 권력과 성공과 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 3가지를 가진 사람을 존경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과소평가한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라고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말했다.

부를 추구하는 것이 거의 전부인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된 별을 좇아 항해했으며 남은 것은 결국 공허함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환상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기 안에 있는 가장 숭고하고 귀중한 부분을 영원히 묻어둔 채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믿고 있는 가치를 면밀히 따져보고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무엇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라는 소크라테스의 격언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잘못 흐를 수도 있는 우리의 삶에 소중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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