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누군들 뇌물을 주고받음에 비밀리 하지 않겠는가
시청앞 / 누군들 뇌물을 주고받음에 비밀리 하지 않겠는가
  • 정칠석
  • 승인 2021.07.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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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貨賂之行(화뢰지행) 誰不秘密(수불비밀) 中夜所行(중야소행) 朝已昌矣(조이창의).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뇌물을 주고받음에 누군들 비밀히 하지 않겠는가마는 한밤중의 소행이 아침이면 이미 소문이 퍼진다’는 의미이다.

吏屬(리속)은 몹시 경박해 수령 앞으로 와서는 ‘이 일은 비밀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사옵니다. 퍼뜨리면 제게 해로울 텐데 누가 퍼뜨리려 하겠사옵니까’하고 말을 하므로 수령은 그 말을 깊이 믿고 뇌물을 흔쾌히 받지만 문밖에만 나서면 거리낌 없이 말을 퍼뜨리며 자랑해 자기의 경쟁자를 물리치려 하니 소문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나 수령은 혼자 깊숙이 틀어박혀 있어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로다. 楊震(양진)은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는 四知(사지)를 말했으나 그 외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을 막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양진이 荊州(형주)의 刺史(자사)가 됐을 때에 무재 왕밀이 창읍의 원이 돼 밤에 금 열근을 품고 와서 진에게 주면서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양진이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 하오’라고 말하자 왕밀이 부끄럽게 여기고 물러갔다. 손신과 황보는 태학에서 함께 수학한 사이이다. 후에 황보가 어사가 돼 처주에 나아가니 이속 한 사람이 황보에게 뇌물을 쓰고자 손신을 통해 바치려 했다. 그러나 손신은 그를 만류하며 ‘삼가 말하지 말라. 네가 내게 그런 말을 하여 그것이 내 귀에 들어가면 그것은 귀에서는 일단 장물이 되느니라’하고 말했다.

작금에 들어 수산업자 행세를 하며 10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모씨 금품살포 사건이 고위 정치인과 현직 부장검사, 경찰 간부, 언론인 등 27명의 명단을 경찰이 확보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농단을 단죄하는 역사적 소임을 맡았던 박영수 특별검사의 낙마까지 부르는가 하면, 김모씨의 사기 행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여간 거물급이 아니어서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국정원장부터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과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됐던 현직 부장판사, 총경급 경찰서장은 물론 일간지 전 논설위원, 종편 방송 뉴스앵커 등 언론계 인사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1000억원대 재력가 행세를 하며 접근한 40대 사기꾼에게 그들의 부적절한 행태는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부패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차제에 경찰은 사회악을 고발하고 처벌해야 하는 수사·언론기관 인사들의 타락상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