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구로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환경구로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 시정일보
  • 승인 2007.07.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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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웅 구로구청장
시골 초등학교 시절에 점심 도시락을 싸서 봄·가을에 교외로 소풍을 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가난하던 시절이라, 보리쌀이 까막까막 박힌 밥이 든 도시락과 사이다 한 병, 삶은 달걀 몇 개, 눈깔사탕 두 개, 건빵 한 봉지를 책 대신 책가방에 넣으면 그게 소풍채비의 전부였다. 먼 길을 걸으면서도 전혀 가방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저 달걀 부침개를 얹은 맛 나는 밥과 눈깔사탕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났고, 더욱이 공부를 안 하고 재갈거리면서 종일 놀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좋았던 때였다.
소풍, 이라는 말은 왠지 시골의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단어이다. 어릴 때 소풍가던 추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보잘 것 없는 소풍꾸러미이지만, 그 날은 마음만은 넉넉하고 행복했기에, 물질이 풍부해도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오늘날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하기 때문일까.
나는 요즘, 그 소풍을 다시 부활시킬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 종종 빠지곤 한다. 도심의 삭막과 도시민의 정서를 옛날의 소풍이 우리에게 주는 추억으로 어루만지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추억과 행복감에 적게 한다면 도심에도 도시민의 마음에도 넉넉함이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해서 우리 구의 항동 일대에 대규모의 소풍공원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세웠고, 소풍공원엔 식물원·야생초화원·농촌체험시설·캠프장 등 다양한 시설이 설치돼야 한다는 주문까지 시달한 적이 있다. 도시의 삭막함과 도시민의 정서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골 정서를 다양하게 함축해야 한다는 나의 기대였다.
아, 소풍공원이 제대로 역할을 다한다면……. 해서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면, 구로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성인들이 그때의 그 소풍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길 날이 머잖아 곧 올 것으로 믿는다. 그러면 구로는 어릴 때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그런 정서적인 지역이 될 것이고, 구로를 떠난 사람도 나중에 다시 구로에 와 살고파 하는 마음으로 회귀하는 곳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필자가 바랬던 소풍공원이 ‘서울푸른수목원’이란 이름으로 1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우선 1단계 사업으로 3만5천 평의 규모에 도시민의 시골정서를 추억하게 할 공원을 준비하기 위해 보상 등 사업이 한창이다.
소풍에 대한 바람이 남다른 나이기에 이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이 수목원 2단계 사업으로 5만여 평, 3단계 사업으로 30여만 평 등 총 40만평 규모의 그야말로 서울을 대표하는 대규모 수목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매년 투입되어야 하는 예산 등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이왕 시작한 수목원이기에 서울을 대표하고 환경 구로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소풍공원이 탄생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