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원봉사는 이웃의 대한 나눔 실천
기고/ 자원봉사는 이웃의 대한 나눔 실천
  • 오정언 (평화의 집 자원봉사자)
  • 승인 2021.07.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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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언 (평화의 집 자원봉사자)
오정언

[시정일보] 우리 집 가까운 곳에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라는 달동네가 있다. 그곳에 있는 불우한 노인들을 돕는 노인재가복지센터라는 조그마한 평화의 집(대표 임춘식)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언 6년째가 되었다. 처음엔 아이들의 학교 봉사시간을 채우려고 시작하였는데 한 달에 1번의 정기적인 봉사를 꾸준히 하다 보니 책임감과 의무감이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6년 동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평화의 집 봉사활동은 친한 언니가 권해서 시작하였는데 백사마을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점심 식사를 만들어 대접하는 일이고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니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하였다. 필자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봉사라는 게 안심이 되고 추억이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

다만 40여 명쯤 되는 노인들의 점심 식사 조리이다 보니 혼자는 감당할 수 없어 뜻을 같이하는 엄마들과 팀을 만들어 시장 봐와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야 했다. 평화의 집의 첫인상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주택은 너무 낡았고 주방은 좁고 열악했다.

우리 팀 5명이 겨우 비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싱크대는 낮고 작았으며 조리기구도, 조리대도 낡고 재래식(구식)이었다. 어쨌든 불편한 것 투성인 상태에서 우리의 첫 봉사는 시작되었다. 토요일 점심 식사였고 도토리묵밥을 만들어서 대접하는 거였다.

엄마들은 이 음식을 만들어 담아내면 아이들은 테이블을 세팅하고 나르고 식사 후에 설거지도 나눠서 했다. 아이들은 어르신들에게 안마도 해 드렸다. 첫 봉사를 정신없이 마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로의 역할을 잘 해낸 것을 자축하며 격려했지만, 나는 내심 “아~, 힘들다. 오래 못할 거 같다!”였다.

평화의 집 담당 여직원은 어떠한 인연으로 운영 대표님과 이런 힘든 봉사활동을 지금까지 이어가셨을까 생각하니 존경심과 경외감마저 들었다. 봉사 초반 1년 동안은 불편함을 감수해 내면서 한 달 한 달 아이들 봉사시간을 채워나갔다. 우리가 봉사하러 갈 때마다 경희대 한의대 학생들이 침과 뜸을 놔드리고 한약도 지어드리는 의료봉사를 하러 왔었는데 하나같이 의젓하고 성숙하며 뉘 집 아이들인지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들도 고등학교 때 이런 봉사를 꾸준히 했다고 하였다. 평화의 집 봉사를 시작할 때는 아이들의 봉사점수를 받으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엄마로서 이 정도 도와주는 건 별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의무감이 생기고 우리의 한 끼를 기다리는 노인들 생각에 매달 메뉴도 고심하게 되었다.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봉사야말로 진실한 봉사이고 따뜻한 봉사다. 생명을 이어주는 마중물 같은 나눔이다. 요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우리는 반찬거리를 구매하여 나르기는 하지만, 거리두기나 집합 제한 때문에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이 걱정되고 염려스럽다. 만약 혼자였더라면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럿이 함께 나눠서 조금씩 역량껏 나눔을 제공한다는 게 오래도록 봉사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했더니 시간은 저절로 흘러갔다.

이제는 힘든 봉사가 아니라 나와 같은 아이 엄마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봉사가 되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지만, 오히려 꾸준히 하다 보니 아이들 교육상 좋은 본보기가 되고 나의 자존감도 올라간 것 같다. 나도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봉사기간 동안 항상 느껴왔던 것 같다.

노인들이 묵밥 한 그릇 잘 드시고 빈 그릇을 주셨을 때 우리의 수고가 보람이 되었고, 고맙다는 격려를 해주셨을 때 나의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었다. 백사마을은 서울시에서 개발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정비가 되고 대형 건설사가 아파트도 짓는다고 들었다.

도로와 환경은 깨끗하고 좋아져서 동네 주민으로서 편의시설이 들어오니 좋아지겠지만 연로하신 노인들은 어디로 가실까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묵밥 봉사는 자연스레 그만두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봉사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울컥하는 심정이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아이와 함께하는 봉사야말로 좋은 영향력이고 진정한 교육인 것 같다. 이웃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소중한 나눔인 것 같다. 평화의 집 봉사는 내 인생의 이웃에 대한 나눔실천이고 나 자신의 성숙함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체험이다.

이런 경험을 실천할 수 있게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자원봉사활동은 쉽거나 간단한 일만은 아니며 일시적인 연민이나 충동만으로 지탱하기 힘들고 이웃에 대한 이해 지역사회에 대한 공동체 의식 등이 어우러져서 내면화될 때 비로소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0년부터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봉사도 직접 못하고 얼음이 언 것처럼 온 세상이 꽁꽁 언 것 같았다. 이제 백신도 개발되고 치료제도 나와서 작년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어르신들의 연로함이 시간을 다투는 것 같다.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효도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공감하며 멀리 계신 부모님 생각에 우울해지는 요즘이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온전히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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