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욕정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책임은 가혹함을 알아야
시청앞 / 욕정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책임은 가혹함을 알아야
  • 정칠석
  • 승인 2021.07.2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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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欲路上事(욕로상사)는 毋樂其便(무락기변)하여 而姑爲染指(이고위염지)하라 一染指(일염지)하면 便深入萬 (변심입만인)하리라 理路上事(이로상사)는 毋憚其難(무탄기난)하여 而稍爲退步(이초위퇴보)하라 一退步(일퇴보)하면 便遠隔千山(변원격천산)하리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욕정에 관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잠시라도 가까이하지 말라. 한 번이라도 가까이하면 만길 구렁으로 떨어지고 만다. 도리에 관한 일은 어렵다 하더라도 뒤로 물러서지 말라. 한번 물러서면 천굽이의 산처럼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베르나노스는 그의 작품 <어떤 시골신부의 수기>에서 욕정은 인류의 옆구리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신비한 상처라고 했다. 인간에게만 있는 욕정과 양성을 접근시키는 욕망을 혼돈하는 것은 종기자체와 종기가 나서 무서우리만큼 종기의 모양이 흉하게 모양을 닮게 되는 수가 있는 부위를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사회는 부끄러운 상처를 감추기 위해 예술의 온갖 매력적 도움을 빌어 굉장히 애를 쓰지만 죄에 대해서 얼마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정이 그 기생적인 생장작용과 그 추악한 번식으로 끊임없이 생식력으로 질식시키려 든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욕정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모든 결함의 근원이며 원리라고 못 박고 있다.

작금에 들어 국방부가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해군본부 검찰단장인 고민숙 대령을 특임 군검사로 임명,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맡겼다는 데 대해 우리는 씁쓸함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우리 군이 이 지경까지 됐는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임 군검사는 초동 부실수사와 지휘라인의 축소·은폐 의혹 등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규명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민간 검찰이나 군 검찰이나 특임 검사의 생명은 무엇보다 독립성이다. 민간 특임 검사의 경우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면 되도록 되어 있다. 반면 특임 군검사는 직제상 국방부 검찰단 소속이라 독립적 수사가 의심받을 수 있는 구조로 이번 사건에서 한 점 의혹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려면 특임 군검사에 대해 최대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는 지휘구조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입건 22명을 포함해 군 내부 징계 및 보직 해임 처분자 등 현재까지 모두 38명이 연루됐다고 밝혔다. 공군 내 단일 성범죄로는 최대 규모로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군이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차제에 군은 지위고하를 막론한 철저한 수사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규명해 법 위반자가 있다면 일벌백계해 욕정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그 책임은 가혹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일깨워 군 내부에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