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핀 꽃이 지고 있다!
못 다 핀 꽃이 지고 있다!
  • 김인희
  • 승인 2021.07.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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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칼럼니스트 김인희

[시정일보] 요즘 1인 가구 증가와 취업난이 겹치면서 ‘2030′ 청년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코로나19의 번식처럼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 가족이나 사회 등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한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발견되는 청년들의 고독사는 작금의 처참한 자화상이 되고 있다.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부모의 후광을 업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을 때 비빌 언덕조차 없는 못 다 핀 꽃들이 고독하게 지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6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한 청년이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 서른한 살 청년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죽은 지 사흘이 지난 뒤였다. 그 청년의 방에는 대형 여행가방 두 개가 놓여 있었고, 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으로 활동했던 명함도 발견됐다. 청년의 방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5장씩 들어있는 파일이 30개나 발견되었다.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 직장을 구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였다.
 
또한, 지난 3월에는 헬스장을 운영하던 서른네 살 남성 A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에서 죽은 지 열흘 만에 발견됐다. 유족들에 따르면 막내였던 A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헬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주변에 돈을 빌려 가며 임대료를 충당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독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집계한 10~30대 무연고 사망 사례는 2017년 63건에서 2020년 100건으로 늘었다.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되지 않은 고독사도 많기 때문에 실제 고독사하는 청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청년들은 건강하다’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여 있는 청년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틈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 부족과 부의 불균형이 깊어질수록 청년들의 고독사 문제는 악화될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를 야기할까 두렵다.
 
일자리가 부족해진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육체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면 되지 않은가’라는 식의 비소 섞인 말은 꽃다운 청년들에게 돌을 던지는 격이다. 수없이 도전하지 않았겠는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청년들의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관심이 끊어지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시적인 금전적 지원보다는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건강한 땀을 흘리고 보람을 맛볼 수 있는 봉사나 그룹 토의 등 그들의 스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역설했던 촛불 정권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