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결코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시청앞 / 결코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1.08.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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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 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큰 저택에 살거나 초가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 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권력 대신에 자비를 행할 때 가장 위대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비심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일부러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깊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대선을 앞두고 네거티브전과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려 선거판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각 후보 진영 간의 네거티브가 검증의 차원을 넘는 상호비방의 양상을 띠면서 정책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역대 어느 대선보다 선거 초반의 양상은 퇴행적인 구태에 머물러 있지 않나 생각된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 부인을 둘러싼 공방은 우리 정치를 과거로 후퇴시키고 있다.

최근 종로구 뒷골목에 등장한 쥴리 벽화는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와 함께 유력대선후보의 X파일의 등장인물들이 나열돼 있고 한 여성의 얼굴그림 옆에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가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타인의 사생활을 타깃으로 해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담은 벽화로 만든 것은 가히 명예훼손적인 측면이 강하지 않나 생각된다.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미확인 정보를 근거로 특정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비방하며 널리 유포한다면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모독하는 비열한 흑색선전일 뿐이다. 특정인의 사생활을 윤리적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결코 유권자의 권리가 아니다.

선거 과정이 깨끗하고 공정해야 선거결과에 국민 모두가 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부터 최고지도자로서의 품격 있는 페어플레이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