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심각한 노인학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정칼럼 / 심각한 노인학대 어떻게 할 것인가
  • 임 춘 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8.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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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춘 식 논설위원
임 춘 식 논설위원
임 춘 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요즘 뉴스에서는 노인학대보다 아동학대에 관한 소식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노인 학대에 관한 뉴스가 없다고 해서 그 사실까지 없는 것이 되진 않는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노인학대 사례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범죄의 심각성도 커지고 있다.

노인학대는 여러 측면에서 아동학대나 배우자 학대 등 다른 학대 유형과 닮았다. 기본적으로 가해자가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게 폭력을 가하며, 2개 이상 학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해자 스스로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 피해자의 경제적 독립성이 높다는 점, 신체적 학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차이는 다른 학대에 비해 노인 학대를 쉽게 판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노인학대는 크게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性)적 학대 △경제적 학대(착취) 등으로 구분된다. 이 밖에 부양의무자에 의한 ‘방임’과 노인 스스로 자기 보호를 포기하는 ‘자기 방임’,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의도적·강제적으로 분리시키는 ‘유기’도 노인 학대에 포함된다.

2020년의 경우, 정서적 학대(42.7%)와 신체적 학대(40.0%)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에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면서 스스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포기하는 자기 방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에도 노인학대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인학대 대부분 자녀인 아들 34.2%, 딸 8.8%, 배우자 31.7% 등 가족에 의해 학대가 발생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외부로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피해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학대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당사자인 노인이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여기에 아직까지 다른 학대 유형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적고 학대를 가정의 문제로만 여기는 분위기 또한 노인학대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인 학대 신고 및 학대 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2020년에는 1800건으로 해당 기간 동안 25.9% 급증했다. 2021년에는 지난 4월 말까지 모두 790건이 신고됐다. 하루 평균 6.59건이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증가의 원인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감염병 창궐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우울장애와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 갈등으로 인해 노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대를 당하는 노인의 약 75%는 여성이다. 학대 행위자의 대부분은 아들과 남편 등 남성 가족이다. 물론 같이 살면 학대가 일어난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피해 노인과 학대자가 처한 상황의 특성과 누적되는 스트레스가 학대의 요인이라는 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과거 나쁜 사건이 쌓였거나 △가족 간에 과거 관계가 나쁘거나 △가족 내 폭력이 이어졌거나 △부양자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거나 하는 상황에서 노인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 이외에도 노인혐오 문화 등 노인학대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학대 피해 노인 중에는 ‘자신이 잘못해서, 자신이 늙어서, 자식에게 부담을 줘서’ 등의 이유로 오히려 미안해하며 자신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교제 폭력에 많이 등장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 노인학대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경찰관이나 타인처럼 노인학대 ‘비신고 의무자’가 신고하는 비율이 85%를 차지한다. 노인학대도 아동학대처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노인학대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노인학대 신고 앱 홍보 이벤트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을 향한 작은 관심이 아닐까? 이웃 노인을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노인학대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노인학대 조기 발견 및 재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노인 학대 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뒷받침하는 법률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가 필요하다. 나아가 노인 인권을 강화하거나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하도록 정치권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인과 관련한 법안도 입법간담회를 열어 현장 종사자와 정치권, 교수 등 전문가가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반영했으면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