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즉각 중단해야
기자수첩 /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즉각 중단해야
  • 정칠석
  • 승인 2021.08.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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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칠석 기자 / chsch7@daum.net

[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시켜 전체회의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등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6개 언론단체가 개정안 철회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언론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그 후유증이 만만찮게 나타나고 있다.

언론단체는 물론이고 야당과 친정부 성향의 정의당, 시민단체, 국회입법조사처,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전례 없고 과도한 입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언론중재법 및 민·형법으로도 명예훼손죄 등에 의한 민·형사처벌 등 언론보도 피해자를 구제하는 수단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과도하게 언론사 오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인 헌법에 규정된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처럼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구체화된 과잉금지원칙은 입법자에 대한 요청으로써 기본권제한입법의 방법상 한계를 정한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 사이로 배상액의 하한선을 설정한 것도 기본 법리에 어긋나는 데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입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같은 선진국은 원고가 현실적 악의를 입증해야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은 보도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도록 한 것은 소송 과정에서 취재원을 밝혀야 해 언론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본인 신상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부패 권력에 대한 제보는 거의 불가능하게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주주 등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외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는 극히 부분적인 보완일 뿐 여론 돌파용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는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개악으로 즉각 철회함이 마땅하며, 언론의 자유는 국민 전체가 누리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란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