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군자는 한마디의 말이라도 매사 삼가서 해야
시청앞 / 군자는 한마디의 말이라도 매사 삼가서 해야
  • 정칠석
  • 승인 2021.08.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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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毋多言(무다언) 毋暴怒(무폭노)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말을 많이 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백성의 웃사람 된 자의 한마디 말이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가 아랫사람들이 듣고 살피게 마련이니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읍으로, 또 읍에서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가 길마다 깔리게 마련이다. 군자는 집에 머물러 있어도 말을 삼가야 하거늘 벼슬살이에 있어서는 더하다는 의미다.

周易(주역)에 이르기를 ‘군자가 집안에서 하는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따르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 또 그 하는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어길 것이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라고 했다.

또한 詩經(시경)에 이르기를 ‘뜻밖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경계해 말을 삼가서 하라’했으니 백성의 웃사람 된 자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包拯(포증)이 京尹(경윤)이 되었는데 말과 웃음이 적으니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천년에나 한 번씩 맑아진다고 하는 황하에 비유했다.

呂本中(여본중)이 童蒙訓(동몽훈)에 이르기를 ‘벼슬에 임하는 자는 무엇보다 격렬하게 성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형벌을 주는 권한이 수령에게 있으므로 명령만 하면 누구나 순종할 것인즉 격하게 분노한 마음으로 형벌을 내리면 온당치 못한 처사가 되기 십상이다’라고 했다. 대체로 심한 분노는 병이 되므로 평소에 怒則因(노즉인) 세글자를 좌우명으로 마음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 이것은 성이 나거든 그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지 말고 억제해 마음에 가두어 두라는 의미인데 시간이 흐른 후에 분노가 가라앉으면 마음을 가다듬어 처리하면 큰 과오는 저지르지 않게 된다는 교훈이다.

작금에 들어 광복회장의 보수 야권을 친일 세력으로 규정한 광복절 기념사 내용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광복회장은 영상으로 발표한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족 정통성 궤도에서 한동안 이탈했다”고 말했다. “친일 내각이었던 이승만 정권은 4·19로 무너뜨렸고, 박정희 반민족 정권은 자체 붕괴됐으며,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 혁명으로 탄핵됐다”면서 “국민들은 친일을 뿌리에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렸다”고 했다. 또 “이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친일 카르텔 구조는 여전하고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가 천지를 깨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 신중을 기해 매사 언행을 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