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종자도 K품종, 25년 만에 부활
사설 / 종자도 K품종, 25년 만에 부활
  • 시정일보
  • 승인 2021.08.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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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외환위기에 외국으로 소유권이 팔렸던 국산 종자가 25년 만에 부활했다. 종자도 K종자라는 말이다. 양파, 양배추는 일본의 종자 비중이 80%를 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이 일본의 5배다. 일본이 개발한 과일 품종이 한국 농가의 주력 수출품으로 떠오르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인 머스캣(씨 없는 청포도)은 일본이 개발한 품종인데도 한국의 수출 규모가 일본의 5배”라며 일본산 과일 품종의 해외유출이 심각하다고 15일 보도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K종자가 씨 마를 뻔한 위기가 있었다. 종자의 소유권이 해외로 넘어가자 정부는 K종자 독자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국내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가 개발한 K-스타 양파 품종은 판매량이 2018년 100t에서 지난해 500t로 뛰었다. 이마트는 올해 양파물량을 700t으로 늘렸다.

조은종묘가 개발한 ‘홈런’ 양배추 품종도 2017년 10만통 수준이던 판매량이 지난해 40만통으로 늘었다. 올해 1~7월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4% 증가했다. 2016년 3억원이던 국산 라온 파프리카 매출은 올해 3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품목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작물이지만 그동안 종자 대부분이 수입을 해왔다. 양파는 가타마루 등 일본 종자 비중이 아직도 80%에 이른다. 양배추도 일본 종자 비중이 85%에 달한다. 외국품종은 소유권을 가진 외국 종자회사에서 씨앗을 수입해온다. 외환위기 때 청양고추 등 그나마 있던 국산종자 소유권이 대거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종속화는 한층 심화됐다. 외국의 종자업계는 한국에 종자가 없다고 판단해 가격을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렇게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종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2013년 농업진흥청, 종자업체. 유통업계가 참여한 가운데 시작한 종자개발지원사업 ‘GSP(Goldon Seed Project)’이 성과를 내면서 최근 국산 품종이 기세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2인 가구 증가와 젊은 층 입맛을 고려한 K종자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홈런’ 양배추 품종은 700g 내외의 1인용 소형 양배추로 개발됐다. 양이 많아 상하거나 버리는 소비까지 생산에서 신경을 썼다. 일본은 농수산물의 수출에 우리와 같은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감안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가격면에서도 마늘의 경우 일본보다 25%가 저렴하다. 좋은 제품에 작고, 달콤한 K품종은 수출에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종자업계와 정부는 품종 주도권을 간직하는 데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일본이 샤인 머스캣 ‘원조’ 굴욕이 되듯 아차하면 우리도 품종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세계 품종 시장은 늘 움직이는 경제 전쟁터다. 일본은 빼앗긴 품종 수출시장에 2025년에 2조원, 2030년에 5조원 투자를 목표하고 있다. 우리가 잠깐 방심하면 일본이 세운 목표에 휘말린다. 우리는 지금의 K품종 신종개발에 더 많은 주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