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군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 전면 재정비하고 특단대책 마련해야
사설 / 군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 전면 재정비하고 특단대책 마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1.08.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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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온 국민을 공분케 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가 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해군에서 성추행을 당한 부사관이 부대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공군 여중사가 상관 성추행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해군에서 판박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해군 여중사는 지난 5월27일 회식 중 같은 부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부대 주임상사에게 알렸지만, 가해자에겐 주의조치만 내려졌다고 한다. 이에 여중사는 부대장과의 면담에서 피해 사실을 거듭 알렸고 피해자 요청에 따라 사건이 정식 보고돼 이때서야 섬에서 근무하던 여중사는 육상부대로 파견 조치가 내려졌다.

사건 발생 이후 육상부대로 파견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두 달 가까이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확실히 이뤄졌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해군 여중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여러 측면에서 공군 여부사관 사건의 판박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공군 여부사관 사건으로 성추행 엄단 방침이 하달되는 등 전 군이 초비상인 상황에서 또 벌어진 것으로 대다수의 군인들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군복무에 여념이 없는데 그렇지 않은 일부 일탈세력들의 군 기강 해이로 전 군의 사기에 영양을 미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군의 성폭력 대응 매뉴얼이 허술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도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과 국방장관까지 나서 강조한 성폭력 척결 의지가 무색해진 것은 물론 사기가 충천해야 할 군의 현주소가 정말 참담하고 암울할 따름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는 이 중사 사건 때와 똑같은 패턴으로 지난해 9월 취임한 서 국방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동해안 경계 실패를 비롯 청해부대 집단감염, 공군 중사 성폭력 사망사건 등에 이어 취임 약 12개월여 만에 벌써 7번째 사과이다.

그동안 병영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이 반복됐지만 예방과 사후 대응 체계가 여전히 엉성하고 그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감안, 이번 사건을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는 일벌백계하고 성 관련 군기문란에 대한 군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