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시정칼럼 /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 임 춘 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9.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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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춘 식 논설위원
임 춘 식 논설위원
임 춘 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최근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예비후보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하나의 정책좌표는 ‘잘 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국민은 전혀 믿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이를 사회발전의 척도로 삼겠다.”라고 공언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국민을 행복하게 못 하면 정부의 존재가치가 없다.”라고 단언하면서 취임했다. 그런데 OECD 행복지수 순위에는 무의미한 변동이 있을 뿐 여전히 ‘낙제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이다. 이 중에서 행복지수(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을 숫자로 표현한 것)는 꼴찌에서 두 번째,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그리스와 터키뿐이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 국민 삶 만족도는 하위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이를 뒤집어보면 불행한 나라에 속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의 잘사는 나라 G20 경제대국 중에서도 하위다. 물론 성장 속도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여기에 맞춰 국민 개개인의 문화의식과 물질적·정신적 발전이 경제발전에 못 미친 바도 있다.

행복지수의 사전적 의미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측정하는 지표이다.

삶의 만족이라는 감정은 의미가 다양하고 주관적이긴 하나,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만족이 동시에 충족되는 행복을 의미한다면,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0조 제1항)라는 헌법 조항까지 가지고 있는 우리의 행복지수가 왜 이리 초라한 것인가.

생각해 보니, 세계무역 등수 12위, 외화(달러)보유 9위, 1인당 GNP는 3만 달러다. 거기다 디지털(인터넷) 문화와 IT 전자산업, 조선기술, 스마트폰 생산은 세계 최고다. 그런데 왜 행복지수가 하위그룹일까?

국민이 실제 느끼는 삶의 만족도, 행복 수준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OECD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하여 반성과 함께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전진하는 길밖에 없다.

변화치 않으면 발전이 없다. 행복은 행복하다고 스스로 마음을 가질 때 행복한 것이다. 재력도 명예도 권력도 한순간이다. 개개인의 건강한 체력 속에 자기의 생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도 따라서 향상될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적인 바람이며,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렇다면 각자가 바라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가지면 행복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상대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것을 행복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큰 권력을 누리며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자식들과 함께 오손도손 사는 것이라고 하는 등 사람에 따라 행복이라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것이 주어지고 편안하게 살아도 늘 부족하고 힘들다며 불평불만을 하면 행복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리 모자라고 어렵더라도 늘 이 정도면 부족함이 없고, 감당할 만하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면 행복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어떤 상대와 관계를 맺더라도 항상 자족(自足)하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누구라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의 첫 문장처럼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널려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우리가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곱씹어 볼 일이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행복하지 않을뿐더러 건강하지도 않다는 이상 신호다.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한 삶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비로소 민생을 돌볼 수 있고, 특권과 반칙 없이 소외된 이웃을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남대 명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