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공천, 검토해볼 필요 있다
단체장 공천, 검토해볼 필요 있다
  • 시정일보
  • 승인 2007.07.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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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희 기획취재국장



최근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과 기초의회의원(시·군·구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 의견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했다.
노무현대통령도 작년 5월 지방선거 때의 공천비리를 공개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문제가 또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그동안 수차례 이 문제는 지방자치와 국회의원과의 의견대결로 장기화돼왔다.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도의 부작용은 사실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천비리다.
공천권을 준 일부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이 돈을 받고 선물을 받고 후보를 공천하는 공천장사다. 그러니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능력계발보다 실권자에게 충성 경쟁하기가 바쁘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정당 간 대결로 변질되고 지역문제 대신 중앙정치 문제가 선거쟁점이 되는 등의 부작용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당공천을 폐기 하는 게 최선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당 공천에는 부작용 외에 간과할 수 없는 긍정적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당이 나름대로 후보를 사전 검증해 ‘걸러 내는’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천장사를 한다고 해도 정당은 공천과정에서 경력, 전과나 비리여부 등을 심사해 무자격자를 어느 정도 가려내게 된다.
당선 가능성도 봐야 하지만 정당 자신의 최소한의 신뢰도나 이미지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그만큼 최소한의 검증을 거친 인물 중에서 뽑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천제도가 없을 경우를 생각해 보았을 때 별별 사람들이 다 출마해 유권자들은 과연 뭘 보고 누구를 찍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기초의회 의원 후보자에 대한 정당 공천제도가 없었던 1995·1998·2002년 지방선거 때 많은 유권자들이 실제로 경험한 바 있다.
당사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정당 선호도에 따라 그냥 1번이나 2번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후보 기호와 정당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도 그렇게 진행됐다.
공천제도가 없어지면 지역살림을 책임진 시장·군수·구청장까지 이렇게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옛날의 관성대로 무조건 1번이나 2번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눈 감고’ 찍어서 당선된 사람이 정당을 통해 최소한의 검증을 거친 사람보다 더 자격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기우도 있다.
정말로 공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공천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고치면 된다. 공천권이 국회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 한사람의 수중에 장악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려 완전 자유 경선으로 하는 방안 같은 것이다.
실제로 작년 지방선거 때도 자유경선으로 후보를 뽑은 지역에선 공천 잡음이 일절 없었다. 공천 비리는 한사람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지역에 집중됐다. 공천과정에 대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의 감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제도든 완벽한 것은 없다.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순기능은 최대한 살리고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것이지 그 자체를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제도자체를 없애버리면 그 제도가 갖고 있던 긍정적인 기능도 함께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매사에 ‘모’ 아니면 ‘도’ 식의 논리가 너무나 판친다. 그것도 ‘냄비 근성’ 의 하나는 아닐런지 우려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