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옥상 빨랫줄에 걸려 있는 깨끗한 교복
기고/ 옥상 빨랫줄에 걸려 있는 깨끗한 교복
  • 김인희 (시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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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시인, 칼럼니스트)
김인희 (시인, 칼럼니스트)
김인희 (시인, 칼럼니스트)

[시정일보] 대구 서구에 있는 한 공동주택 옥상에는 월요일 등교를 위해 할머니께서 세탁하여 걸어 둔 고등학생 교복이 있었다. 한눈에도 옷걸이를 사용해서 교복을 다룬 손길에 정성이 깃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교복을 깨끗하게 세탁하여 걸어 둔 사람은 할머니였고 교복의 주인은 10대 고등학생인 친손자였다.

매체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햇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교복이 아니다. 손자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한 할머니의 미담도 아니다. 손자가 부모를 대신해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은혜를 베푼 사연도 아니었다.

사건은 교복의 주인공인 10대 손자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손자의 흉기에 머리와 얼굴, 팔 등 온몸에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조손가정에서 발생한 존속살해사건이다.

할머니는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와 부모과 연락이 끊긴 두 손자를 양육해왔다. 이들 조손 간의 사이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할아버지는 장애가 있어 몸이 덜 불편한 할머니가 손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자가 할머니를 흉기로 찌른 이유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심부름을 시켜 짜증이 났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동생이 형의 범행을 도왔다는 사실에 충격은 배가되었다. 모골이 송연한 사건에 할 말을 잊는다.

수위를 가득 채운 저수지 둑에 구멍이 났다. 작은 구멍으로 새는 물이 둑을 무너뜨리고 거대한 물을 방류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어쩌면 그 운명의 시간은 이미 카운트다운되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에 모 방송을 통해 충청 효교육원(천안 소재) 최기복 원장님이 효와 인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기복 원장님은 ‘가정에서 효(孝)를 가르치고 학교에서 인성(人性)을 가르쳐야 한다. 가르칠 교(敎) 한자는 효도 효(孝)와 칠 복(攵)으로 이루어졌다. 즉, 교육은 효를 매로 쳐서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효도 없고 교육도 없다. 최 원장님은 10대들의 참혹한 사건의 원인은 가정에 효가 사라지고 학교에 인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면서 개탄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가난의 굴레를 벗고 눈부신 성장의 반열에 오르게 했던 새마을 운동처럼 가정에서 효를 가르치고 학교에서 인성을 가르치는 것을 운동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효와 인성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하여 패륜 범죄와 내로남불로 오염된 현실을 청산해야 한다. 작금의 현실을 만든 장본인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폐수에 맑은 물을 들어부어 정화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효와 인성이 답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빛나는 미래가 되어야 한다.

높은 수위의 저수지 둑에 난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TV는 내년 대선으로 시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