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부인과 살아야 장수한다
시정칼럼/ 부인과 살아야 장수한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09.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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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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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1200년 전 중국 당대 시인 두보가 ‘곡강(曲江)’이란 시에서 예로부터 사람이 70세까지 살기는 어렵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라고 읊었을 때만 해도 인간의 수명은 실로 짧았다.

최근 우리나라도 100세 이상 장수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8월 기준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총 2만1411명이다. 여성이 1만6208명, 남성이 5203명이다. 올해 100세를 맞은 사람은 1,762명이다.

장수 트렌드와 통념도 바뀌고 있다. 할머니보다 할아버지 장수인이, 시골보다 대도시 장수인이 더 많이 늘었다. ‘2020 인구주택 총조사 100세 이상 인구집계 결과’다. 그렇지만 평균연령을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7년이나 단명하고 있어 남녀 간 수명 불균형이 이슈가 되고 있다.

왜냐면 100세 노인 중 할머니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여성 노인 상대적 증가는 홀몸으로서의 생계와 더불어 어떤 변수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또한, 성 불균형은 성 문제, 황혼, 외로움과 고독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도 노년기의 성 불균형은 고령화 사회의 멍에가 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혼자 사는 남자보다 부인과 함께 사는 남자가 평균 수명이 더 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아내가 남편을 잘 보살피기 때문일까? 섹스를 하는 것이 수명을 늘리는 것일까? 아내의 음식이 수명을 늘려주는 것일까? 아니면 아내가 옷을 잘 세탁해 주어서일까?

청어 얘기를 들어보자. 북쪽 바다에서 청어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먼 거리의 런던까지 청어를 싱싱하게 살려서 운반하는가의 문제였다. 어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배가 런던에 도착해 보면 청어들은 거의 다 죽어 있었다.

그러나 꼭 한 어부의 청어만은 싱싱하게 산채로 있는 것이었다. 이상히 여긴 동료 어부들이 그 이유를 물어보았으나 어부는 그 비밀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마침내 동료들의 강요에 못 이긴 어부는 “나는 청어를 넣은 수족관에다 상어를 한 마리씩 집어넣는다.”라고 답했다. 상어가 청어를 잡아먹지 않느냐는 동료 어부들이 물음에 어부는 “상어는 청어를 두세 마리밖에 못 잡아먹는다. 하지만 그 수족관에 있는 수백 마리의 청어는 잡아먹히지 않으려 계속 도망친다. 런던에 올 때까지 모든 청어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헤엄쳐 먼 길 후에 런던에 도착해 봐도 청어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상어로부터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청어들을 건강하게 살아 있게 한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촉진제가 된다. 또 삶에 있어. 풀리지 않는 숙제를 갖고 있는 이들의 생의 애착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더 강하다고도 한다.

어쩌면 삶에 있어서의 고난은 그것이 아픔과 고통일지라도 애써 일어나 걸어가게 하는 생존의 이유일 수도 있다. 세계적 역사가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 박사가 즐겨 하던 이야기다.

청어가 수족관에서 일찍 죽는 것은 태만하고 긴장이 풀어져 있고 제 맘대로 놀다 보니 운동량도 떨어져 일찍 죽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부인이 있으면 항상 움직여야 하고 긴장을 하게 된다.

온 세상에 어떤 남편이라도 부인 때문에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부인을 가진 남자는 평생을 긴장하고 항상 움직일 태세가 되어 있다 나태해질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남편들은 수명이 늘어난다. 혼자 사는 남자들은 긴장이 없다. 출동할 태세도 필요 없다. 아무 때나 저 좋을 때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내가 있으면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한눈을 팔거나 술을 많이 먹거나 양말을 벗어서 아무 데나 던지거나 늦잠을 자거나. 여하튼 일거수일투족에 조심하지 않으면 부인의 잔소리는 바로 퍼붓는다.

그러면 남편은 긴장하고 거기에 반응하고 즉시 복종해야 한다. 어쨌든 부인들은 게으르고 편안해지려고 하는 남편들을 가만두지 않는 수족관의 상어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래서 부인은 참 고마운 존재이다. 남자의 수명을 늘려주니까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는 나라, 대한민국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미래가 오고 있다.

자신이 누울 자리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할 때다. 100세 장수란 이제 누구에게라도 실현될 가능성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