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잘 먹고 잘 사는 법
기자수첩 / 잘 먹고 잘 사는 법
  • 정수희
  • 승인 2021.10.07 09:00
  • 댓글 0

정수희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들고 밥만 맛있게 먹었다던 유명 배우의 ‘밥상’ 소감이 떠오른다.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대장동 개발’을 보면 숟가락도 참 많고, 호가되는 규모를 볼 때 수저도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급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자의 경우 좋은 일에 인용된 반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 불공정, 불공평을 떠올리는 ‘밥그릇 싸움’은 불편과 불쾌감만 부추긴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에서, ‘방랑식객’으로 불리던 임지호 셰프는 자연을 재료 삼아 요리를 만든다. 출생의 아픔을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음식 대접하는 것으로 위안 삼던 그는, 지리산에서 인연을 맺은 또 한 명의 어머니와 이별하게 되면서 손수 각지에서 구한 귀한 재료로 며칠 밤을 새가며 음식을 장만해 유족들과 나눠 먹는다. 100여 가지의 음식에는 땀과 정성, 눈물도 배었다.

그렇게, ‘밥’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거리두기가 일부 완화되고, 위드코로나도 거론되면서 오찬이니 만찬이니 식사 약속이 하나둘 늘었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니 ‘밥값’ 하려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밥으로 정을 나누는 게 즐겁고 감사하다.

하지만 기자는 백신 2차 접종 전이다. 친한 동생의 초대도 접종 후로 미뤘다. 그 친구와는 1년 넘게 보지 못했다. 출입하는 곳의 단체장과의 면담은 직원 확진으로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밥정’을 나누는 이유는, 인생의 참맛을 위해서가 아닐까.

혹자는 말했다. “인생 뭐 있나, 좋은 사람이랑 맛있는 거 먹으면 그게 행복이지”라고.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혼밥’ 수만큼 고독감도 커졌다. 특히 홀몸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게는 따뜻한 한 끼가 쉽지 않을 터.

이들을 위해 마포구 자원봉사센터에선 15개 동 자원봉사캠프 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밀키트와 도시락를 만들어 전달하는 ‘집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단다. 8월부터 신수·망원1동을 시작으로 연남·합정·상암동 등에 이어 10월 말 성산2동까지 릴레이를 이어간다는 것.

“뜨거운 불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만들다 보면 땀을 한 바가지 흘리지만, 준비한 집밥을 맛있게 드실 이웃의 모습을 생각하면 보람되고 힘이 난다”는 봉사자의 말에서, 나눔의 미학을 느끼게 된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기보다, 이처럼 소박한 밥상이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