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기시다 일본 총리 출발과 한국의 외교 방안
사설 / 기시다 일본 총리 출발과 한국의 외교 방안
  • 시정일보
  • 승인 2021.10.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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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가 4일 일본의 제100대 총리로 당선됐다.

기시다는 당선과 함께 이달 31일 중의원(하원) 선거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시다 총리에게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경제적 문제를 극복하고 되살려,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누면서 자민당 정권 재창출을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의 이웃 나라 지도자라면 따뜻한 축하 인사를 건네야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으로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볼 때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아베 정권 시절 4년 8개월가량 외무상을 지낸 기시다 총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합의문에 서명한 당사자이다. 일본 정부의 기본 태도를 고수해선 양국 관계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한국은 일본의 기시다를 보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첫번째는 기시다 총리 자신을 뺀 내각 구성원 20명 중 13명을 각료 경험이 없는 인물로 세웠다. 언론은쇄신 이미지를 내세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나 극우파 기용 등 우려스럽다. 유임되는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이고,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가 경제산업상을 맡으며, 역사 왜곡을 선동한 마쓰노 히로카즈가 총리관저의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을 차지한 것이 그 예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수장인 자민당 5위 파벌인 기시다파는 물론,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2위 파벌인 아소파 등의 고른 지지로 자민당 총재가 된 만큼 새 내각도 철저하게 주요 파벌에 자리를 나눠주며 정국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자민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내각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 기시다 총리가 비둘기파로 분류된다고 하지만, 한일 관계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는 오는 31일 치러질 총선이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오는 14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31일 총선거 일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이고 새 내각 출범에 대한 기대로 여당이 유리할 때 유권자의 판단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시행되는 이번 총선은 기시다의 정치 운명을 좌우하는 첫 고비다.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승리할 경우 기시다 총리는 특별국회의 재지명을 거쳐 제101대 총리로 연임하고, 그렇지 못하면 단명 총리로 끝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아베 정부 연장선으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새로운 관계의 개선에 돌파구를 열어야만 한다. 북핵의 대응과 중국의 부상,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과거사에 매여 있기에는 불안하다. 독도나 해묵은 과거사에 문제의 해결을 찾아야만 한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