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항상 즉흥적인 것은 결코 오래 갈 수 없어
시청앞 / 항상 즉흥적인 것은 결코 오래 갈 수 없어
  • 정칠석
  • 승인 2021.10.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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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憑意興作爲者(빙의흥작위자)는 隨作則隨止(수작즉수지)하나니 豈是不退之輪(기시불퇴지륜)이며 從情識解悟者(종정식해오자)는 有悟則有迷(유오즉유미)하나니 終非常明之燈(종비상명지등)이니라.

이 말은 ‘즉흥적인 감정으로 시작하는 일은 시작하자마자 곧 멈추게 된다. 그 어찌 물러남이 없는 수레바퀴가 될 수 있으랴. 감정과 재치로 얻은 깨달음을 깨달었는가 하면 곧 혼미하게 된다. 그 어찌 영원히 빛나는 밝은 지혜가 될 수 있으랴’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앞뒤를 생각지 않는 행동을 경계하는 말로 즉흥적으로 하는 일, 감정적으로 느끼는 깨달음은 결국 오래 지속되지 못하며 자고로 일이란 심도있게 심사숙고한 끝에 착수해야 하며 끈기 있게 밀고 나갈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정책입안자들이 근시안적 목표에 집착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빠르게 변모하는 사회에 맞춰 정책을 입안하는 자체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근시안적이고 즉흥적인 태도를 가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삶을 대하는 인식 태도는 엄청난 국민의 삶의 질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다. 봄에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서두르지 않으면 그 날 할 일을 못한다. 젊은 시절은 일 년으로 치면 봄이고 하루로 치면 아침이다. 그러나 봄은 꽃이 만발하고 눈과 귀에 유혹이 많다. 눈과 귀의 향락을 쫓아가느냐 아니면 부지런히 땅을 가느냐에 일생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공자는 말했다.

작금에 들어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라는 데 대해 우리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실수요자 아우성에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6%대 관리’를 강조했던 금융위는 지난주 잔금 대출 등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을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개인별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확대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즉흥적이고 획일화한 대출 총량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불 보 듯하다. 전세대출 규제 완화는 전셋값은 물론 다시 매매 값마저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DSR 조기 규제는 경제력이 약한 2030 세대에겐 직격탄이 될 게 분명하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기준 역시 공시가격 상위 2%를 추진하다 11억 원으로 조정됐다. 또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2년 의무 조치도 매물 잠김 비판을 받고 지난 7월 폐기했다. 이렇듯 정책이 조변석개처럼 변해서야 어찌 국민들이 국가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정책은 일관성 있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 그 제반 문제점을 철저히 검토한 후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