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이야기 #8. 세균성 질염 (Bacterial Vaginosis)
성병이야기 #8. 세균성 질염 (Bacterial Vaginosis)
  • 윤종선 원장 (슈퍼맨비뇨기과)
  • 승인 2021.10.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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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원장 (슈퍼맨비뇨기과)
윤종선 원장
윤종선 원장

[시정일보] 남성들의 성기는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이상병변을 찾기도 쉽고 치료도 상대적으로 간편하지만, 여성의 경우 질의 특성상 이상 병변을 찾기도 어렵고 치료 또한 복잡하다.

여성의 정상적인 질 분비물은 한선, 피지선에서 나오는 분비물, 바쏘린선과 스케니선을 통한 질벽 분비물, 생식기에서 탈락하는 세포들, 자궁경부액, 자궁과 난관의 분비물 그리고 미생물과 그 대사물질로 구성된다. 이러한 분비물은 호르몬의 분비 양상에 따라 변하므로 월경 주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배란기에는 자궁경부액의 증가로 질 분비물이 가장 많아진다.

질내의 정상 세균은 호기성 균이 많으며 스태필로코커스(Staphylococcus), 스트렙토코커스(Streptococcus), 락토바실리(Lactobacilli) 그리고 곰팡이(fungus) 등이 있다. 가장 많은 것이 락토바실리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유산균이다.

정상 질의 산도는 4.5 이하로 유산균에 의하여 조절된다.

정상 질 분비물은 흰색이며 단단함이 푹신한 면과 같고 자궁경부의 후방부위에 고여있다.

세균이 붙어있는 질 상피세포를 Clue 세포라고 하며, 가드네렐라(Gardnerella vaginalis) 라는 세균이 주로 관찰된다.

과거에는 비특이성 질염 또는 가드네렐라 질염이라고 했던 세균성 질염은 어떤 원인에 의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유산균이 감소되고 정상 여성의 질내 세균총에서 1% 미만에서 존재하는 혐기성 세균이 과증식하여 나타나는 가장 흔한 질염이다. 이 질염을 가진 여성은 혐기성 세균 뿐만 아니라 가드네렐라(Gardnerella vaginalis), 마이코플라즈마 호미니스(Mycoplasma hominis), 유레아플라즈마(Ureaplasma) 등의 농도가 정상 여성에 비해 100~1,000배 더 높다. 질 세포의 염증보다는 증상이 심해서 질염 대신에 질증이라는 진단을 붙이게 되었다.

정상 질내 세균총의 변화를 일으켜서 질내 산도가 약해지는 요인으로 자궁경부염으로 생기는 과다한 점액 분비, 월경 전후에 갖는 잦은 성관계 또는 질 깊숙이까지 하는 반복적인 뒷물 등이 원인이다.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이 사라지면 질액은 알칼리성화가 되고 다시 유산균이 정상 질내 세균총으로 자리잡기가 어려워서 세균성 질증은 재발이 자주 일어나서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세균성 질증의 증상으로는 냉, 대하증의 분비물과 함께 생선 냄새가 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비린내는 성교후 심해지는데 그 이유는 혐기성 세균으로 인한 ‘아민’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그러나 생선 비린내가 없더라도 분비물이 증가했다면 여성은 산부인과 진료를 즉시 받아야 한다.

합병증이 무서운 세균성 질증은 골반염, 골반 절종, 나팔관 폐쇄로 인한 불임 그리고 임신 중에는 양막의 염증으로 인한 양막 조기 파열 등이 있다.

이상적인 세균성 질증의 치료는 유산균을 제외한 혐기성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다. 메트로니다졸 또는 클린다마이신 약물 치료가 있으며 특히 메트로니다졸은 혐기성 세균에는 잘 듣고 유산균에는 영향이 적은 특효약으로 치유율은 85~95% 정도이다.

세균성 질염은 여자의 질내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며 생선 썩는 냄새가 나는 질 분비물이 특징이며 다행스러운 것은 성 파트너에게 전염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여성은 질 분비물 냄새를 맡아 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성 파트너가 이러한 냄새가 난다고 알려주면 좋고, 분비물이 증가하면 직접 냄새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추천된다. 세균성 질염은 만성화되고 치료하지 않으면 에이즈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임산부에게는 조산아나 저체중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