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위정자는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시청앞 / 위정자는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 정칠석
  • 승인 2021.10.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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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毋多言(무다언) 毋暴怒(무폭노).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말을 많이 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백성의 윗사람 된 자의 한마디 말이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가 아랫사람들이 듣고 살피게 마련이니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읍으로, 또 읍에서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가 길마다 깔리게 마련이다. 군자는 집에 머물러 있어도 말을 삼가야 하거늘 벼슬살이에 있어서는 더하다는 의미다. 周易(주역)에 이르기를 ‘군자가 집안에서 하는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따르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 또 그 하는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어길 것이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들이야.’라고 했다.

또한 詩經(시경)에 이르기를 ‘뜻밖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경계해 말을 삼가서 하라’했으니 백성의 웃사람 된 자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包拯(포증)이 京尹(경윤)이 됐는데 말과 웃음이 적으니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천년에나 한 번씩 맑아진다고 하는 황하에 비유했다.

呂本中(여본중)이 童蒙訓(동몽훈)에 이르기를 ‘벼슬에 임하는 자는 무엇보다 격렬하게 성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형벌을 주는 권한이 수령에게 있으므로 명령만 하면 누구나 순종할 것인즉 격하게 분노한 마음으로 형벌을 내리면 온당치 못한 처사가 되기 십상이다’라고 했다. 대체로 심한 분노는 병이 되므로 평소에 怒則因(노즉인) 세글자를 좌우명으로 마음속 깊이 새겨둬야 한다.

이것은 성이 나거든 그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지 말고 억제해 마음에 가두어 두라는 의미인데 시간이 흐른 후에 분노가 가라앉으면 마음을 가다듬어 처리하면 큰 과오는 저지르지 않게 된다는 교훈이다.

작금에 들어 대선을 앞두고 각 주자들간 정책과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할 TV토론에 노골적인 조롱과 비아냥거림이 이어지는 등 망언과 막말이 판을 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대선 정치판에서 품격 있는 언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국민정서를 생각한다면 언어까지 오염시키는 험악한 입놀림만큼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들은 경선다운 경선, 대선다운 대선을 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언제 품격 있는 정치인, 격조 있는 대통령후보를 만나볼 수 있을까. ‘오징어게임’의 큰 인기로 ‘깐부 할아버지’ 별칭을 얻은 77세의 오영수 배우는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존재하면 안 되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2등은 필요 없다고.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겐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 오영수 배우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 정반대인 우리 정치권에 오버랩 되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전 세계적 신드롬으로 붕 떠 있을 법도 한데 그의 자제심과 평정심, 이타심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래서 깐부 할배의 울림이 요즘 대선판을 보며 더더욱 커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