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떻게 지나갔는가
기고/ 어떻게 지나갔는가
  • 조문환 전 제일은행 본부장
  • 승인 2021.10.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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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 전 제일은행 본부장
조문환
조문환

[시정일보] 지나온 얘기를 쓰려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 게 많다. 알량한 것을 자랑하기엔 위선이 되고 온갖 치욕과 어리석음과 가슴 아픈 일만 열거하려니 고백을 벗어나 수치가 된다.

자손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 하는 것은 곧 장래 나라의 국민성을 만든다. 외국 명문 학교와 국내 국제학교에는 detention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detention이 많으면 상을 받을 수 없다. 즉, 예의 규범을 잘 안 지키는 학생은 상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천민자본주의 산물로 부자와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교육도, 법도, 권력도 돈을 좇는다. 심지어 사회 계급도 마찬가지다. 한국 상류계급의 대표적인 예가 최고 경영자 과정이다. 사주, 경영인, 정치인, 언론인, 신흥부자들이 서로 사귀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이들의 자녀들을 위한 과정도 있다. 소위 계급의 세습이다. 이런 과정들은 대학에서 시작했지만, 언론사, 각종 단체, 지방에도 많이 퍼져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전교조는 천민자본주의를 배척했던 선구자이다.

한 부자 바리세인이 예수께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느냐고 질문하였다. “십계명을 다 지켜라!” “예. 다 지켰습니다.” “네 가진 걸 다 팔고 날 따르라!” 부자는 가진 것이 많아 돌아섰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부잣집 앞에서 부스러기나 먹고 살던 거지 나사로는 천국에 가고 부자는 지옥에 갔다.

그런데도 부자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다. 부잣집 청지기가 해고되었다. 청지기는 부자의 채무자들 빚을 탕감해주었다. 예수님은 이런 불의에도 불구하고 잘했다고 칭찬하셨다. 부자는 바리세인들이 불의하게 축재하였기 때문에 청지기를 칭찬하셨다고 한다.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이는 열심히 읽는다.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무조건 즐거워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두 번째 인생이란 없기 때문이다.

돈이 많든 적든, 명성이 높든 낮든, 누구나 공평하게 단 한 번의 인생만을 살 수 있기에 지나버린 시간은 물릴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간을 많이 낭비한다.

어떤 역사관, 민족 간 국가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고 본다. 역사관은 정신이다. 애국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도산 안 창호 선생은 “진정한 애국이란 그 말보다 실천에 있다.”라고 하였고, 마크 트웨인은 “자신이 무슨 소리 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떠드는 게 애국자다”라고 하였으며, 오스카 와일드는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라고 말하였다. 우리의 애국심은 주관적이고 역사를 되돌아보는 잣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상류계급의 대표적인 출신들은 오너 기업인, 경영인, 정치인, 언론인, 신흥부자들로서 서로 사귀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일본 동남아에 골프 여행을 가면 부산, 대구 출발⸳도착에는 골프 백을 실은 여객기가 즐비하지만, 광주 출발⸳도착 비행기는 거의 없다. 연말 최고급 호텔 아이비리그 대학 송년회에 호남인은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다시 말하면 호남에는 부자 기업인이 없고 외국 유학을 마친 인재가 적고 네트워크가 없고 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일부 호남인은 TK를 지지하며 누가 호남인의 치즈를 옮겼는지 모르는 애족주의자가 많다. 성웅 이순신은 “만약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을 것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다.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모두 통일을 말한다. “북한이 변화해야 평화통일이 된다. 미국이 정밀타격으로 핵을 분쇄하면 된다.” 무슨 애들 잠꼬대 같은 소린지 웃긴다. 모두 죽는 전쟁을 하자는 거냐?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모든 것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여야 한다.

민족의 염원은 빵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역사적으로도 기한이 있다. 미국은 이독제독(以毒制毒)을 만들면 안 된다. 그러나 우리 내부적으로 장애가 있다. 통일을 외치면 종북 세력으로, 남북교류를 주장하면 친중친북(親中親北) 세력으로, 민족화합을 외치면 빨갱이로, 그리고 미국을 비판하면 사회주의자로 편을 가른다.

통일은 언젠가 이루어진다. 왜냐면 민족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친외배족(親外背族)의 앞잡이들은 분신도 못 하고 할복도 못 하지만, ‘나라 사랑 민족 사랑’ 하는 숭고한 안중근 의사같이 몸 바칠 애국 열사들은 줄 서 있다.

이념 따지지 마라. 시대의 변화를 보라! AI 시대에 자유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구별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우리 개발세대보다 더 똑똑한 후손들을 믿지 못하는 우리가 문제다. 나중 일은 후손들에게 맡기면 된다.

반민족, 반통일, 매국노 앞잡이가 되지 마라. 심판은 역사에 물어보라! 나라 사랑! 애국! 내가 하면 애국이고 남이 하면 빨갱이고? 내가 하면 정의고 남이 하면 불의고? 나라가 망해도 우리가 망해 먹자! 들쥐 근성으로 파당 싸움에 극단적 이기주의자가 된 정권 탐욕주의자들이 힘 못 쓰는 정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심판은 역사에 물어보라! 역사적으로도 반통일 반민족 행위자들은 심판을 받아왔다. 도덕을 지키면 가정과 나라가 부하게 되고 평안하다! 나라를 사랑하라! 도덕을 지키자! 역사는 길고 인생은 짧다! 10년 후, 30년 후, 100년 후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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