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공물을 내것처럼 아끼고 절약해야
시청앞 / 공물을 내것처럼 아끼고 절약해야
  • 정칠석
  • 승인 2021.11.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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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私用之節(사용지절) 夫人能之(부인능지) 公庫之節(공고지절) 民鮮能之(민선능지). 視公如私(시공여사) 斯賢牧也(사현목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 律己六條(율기육조)에 나오는 말로써 ‘사사로운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으나 公庫(공고)를 절약할 수 있는 백성은 드물다. 公物(공물)을 내 것처럼 아낀다면 이는 현명한 수령’이라는 의미이다.

관에는 반드시 공용의 재산이 있다. 여러 종류의 창고가 공용이라는 명분으로 세워지지만 차츰 私用化(사용화)돼 가기가 일쑤이다. 私用(사용)으로 지출되는 그릇된 사례가 쌓이고 쌓여 무절제한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은 원래 公庫(공고)였기 때문에 수령이 끝내 살피지 못해 감독하는 아전과 창고지기가 모의해 수령의 눈을 속이고 도둑질만을 일삼는다. 그러다가 재정이 고갈되면 또 거듭 거둬들이는데 이는 어느 고을에나 공통되는 병폐인 것이다. 이렇듯 公財(공재)를 씀에 법식이 없으니 수령된 자는 마땅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수령 자신이 公私(공사)를 엄히 가려 씀으로써 모든 吏屬(이속)과 官奴(관노)들 역시 私用(사용)을 위해 公庫(공고)를 축내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작금에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회에서 전 국민 대상 6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꺼내든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 지원금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다”면서 최소 1인당 100만원을 언급했다. 또한 2030세대 여성들과 함께한 생활체육 행사에서도 “재난지원금이 1인당 100만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며 30만∼50만 원선을 제시했다. 100만원 기준 필요예산은 50조원에 이르고 지난해 총선 직전과 지난달 지원금을 빼더라도 25조원의 혈세가 들어가게 된다.

재난지원금은 후손들이야 어떻게 되든 간에 국가재정으로 표도 얻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까지 물타기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카드로 대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의 극치가 아닌가 싶다. 정부의 재정 상황도 현재 매우 좋지 않은 상태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내년 1068조원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계속해서 국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닌데 나라 곳간은 안중에도 없이 퍼주기를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요국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마당에 우리만 거꾸로 간다면 금리·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에 미칠 후유증은 그 가늠조차 힘들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나랏빚을 짊어지게 하고 나아가 나라 살림을 거덜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논의는 결코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