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늙는 법도 배워야 한다
시정칼럼/ 늙는 법도 배워야 한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11.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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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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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노화는 인간의 숙명이다. 늙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일상생활 속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술, 담배를 즐기고 스트레스, 과식이 이어지면 노화가 빨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요인들을 제외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또 다른 어떤 것이 있을까?

빨리 늙게 하는 것은 일상 속 생활습관에서 배운다. 일은 직업상의 일만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이 퇴직하면 급속도로 늙는 경향이 있다. 몸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정신적 자극마저 쇠퇴하는 게 더 큰 문제다. 90세, 100세 장수한 할머니들을 보면 운동을 안 해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집안일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일을 해야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그리고 외로움, 고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수명을 단축시킨다. 치매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치매 예방법 중에서 운동과 활동력을 꼽을 수 있다. 사회활동을 하면 더욱 좋지만 은퇴하면 친구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 자신의 방에 갇혀 혼자서 지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빨리 늙는다. 가족과도 자주 소통해야 한다. 장수 노인이 화목한 가정에 많은 것은 이런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민요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의 목숨의 길이는 모른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고, 몇 살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나잇값을 하며 올바르게 살고 곱게 늙어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는 나잇값이다.
        
고희(古稀), 즉 70이 넘으면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추하게 늙고 싶진 않다.” 하지만 현실은 바람(所望)과 다르다. 쉰이 넘고 예순이 지나 일흔이 되면서 외로워지고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진다.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 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꿈, 이 다섯 가지를 상실하게 된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이 되어가면서 이 말을 음미하며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황혼도 풍요로울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은 미완성인 것이다.

어떤 명예와 지위로도 병을 이길 순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신경을 써야 한다.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몇 살부터 노인이 되었는가? 중요한 건 일이다. 그리고 노년의 기간은 절대 짧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사랑과 일뿐이다.
 
노년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소외감이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복 중에서 가장 으뜸은 만남의 복이다. 배우자와의 만남 다음, 친구 간의 만남은 으뜸이 아닐 수 없다. 부부는 평생의 동반자이고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내가 먼저 좋은 생각을 가져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내가 멋진 사람이라야 멋진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품어야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진실하고 강한 우정을 쌓는 사람이 건강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며 활기찬 인생을 살아간다. 한 사람의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친구이다. 주어진 삶을 아주 멋지게 엮어 가는 위대한 지혜는 바로 우정이다. 황혼까지 아름답고 멋진 행복의 열차와 같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멋지고 기분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우정의 탑을 만들며 살아가도록 노력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나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은 길이 없다. 노년에 이르면 내면을 바라보며 길을 찾고, 꿈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남이 보기에 아름답게 사는 것을 넘어 스스로 느끼기에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괴테는 '경고'라는 시(詩)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디까지 방황하며 멀리 가려느냐? 보아라. 좋은 것은 여기 가까이 있다. 행복을 잡는 법을 배워라. 행복은 언제나 네 곁에 있다고 기억하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라고 갈파했다. 젊었을 때는 인생이 무척 긴 것으로 생각하나, 늙은 뒤에는 살아온 젊은 날이 얼마나 짧았던가를 깨닫는다.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아니하며 세월은 그대를 기다려주지 아니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노인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보다는 노인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보고 있으며 노인에게는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은퇴 후 갑작스레이 남아도는 여유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노인에 대한 사회적 태도, 삶의 질, 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 외로움 등을 하나하나 챙겨봐야 한다.

그리고 여가활동과도, 직업상 이력과도 다른 제2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 나아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같은 것까지 모든 거의 노년기에서 해야 할 새로운 과업이다. 이러한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노년기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문제가 된다. 이것은 은퇴 이후의 과제가 아니라 평생 걸쳐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다. 노년의 삶은 절망적이지 않으며 의미와 목적, 희망이 있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기면서 긍정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노인은 나이 들어가는 것도 배워야 한다. 노년기의 발달과업을 이제는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노인이 살아온 삶과 직업을 통해 쌓은 지혜를 다른 세대와 교류하고 나눔으로써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업이다. 이제는 개인, 사회, 국가가 역할에 맞게 함께 노년기를 준비하며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