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아무리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해
시청앞 / 아무리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해
  • 정칠석
  • 승인 2021.11.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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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이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이 서로가 연계되어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번 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름에 따라 출마 후보자들이 표만 노린 말잔치를 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통화수단을 만드는 것이어서 거의 혁명”이라고도 했다.

이는 정부 정책을 뒤집는 것도 모자라 정부 주도로 가상자산을 만든다는 건 기존 통화질서를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재정고갈 우려 속에 소상공인 지원금 50조원도 모자라 청년·신혼 부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확대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7월부터 무주택자에게 적용하는 LTV를 부동산 투기지역 60%, 조정대상지역 70%로 높였는데 이를 80%로 높이는 더 공격적인 안을 내놓아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다는 심각한 우려 속에 자칫 나라살림이 거덜 날 판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대선 후보들은 포퓰리즘 막말 대잔치를 자중함이 옳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현실성이 결여된 무책임한 공약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 표만 노린 말잔치로 유권자 선동을 그만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