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통합과 포용이 없는 사회
시정칼럼/ 통합과 포용이 없는 사회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1.12.0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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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정치·경제·사회적 현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집단 갈등이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역적 이슈부터 전국적인 이슈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대 간 여러 형태의 갈등이 날것 그대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요즈음 2022 대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을 보면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갈등 자체가 대단히 파괴적이고 공멸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갈등 집단의 태도가 대단히 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집단은 상대의 사정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압도적인 비난을 퍼붓곤 한다.

일부 논쟁을 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근거 없는 편견과 막연한 증오를 쏟아낸다. 종종 공공연한 사실관계조차 무시되고 악의적으로 왜곡되곤 한다.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는 것이 사회이고 개인이나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통합과 포용이 지배하는 사회를 탈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냉정하게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요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정체성을 잃고 명분론적인 삶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가령 '좋다, 싫다', '맛있다, 맛없다', ‘맞다, 틀리다' 등 획일적인 흑백논리의 영향을 받아온, 그래서 감정적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가 가져온 오류다.

어쨌든 불신의 야기다. 나와 다른, 내가 지니지 못하였거나 알 수 없는 것 혹은 대상을 향한 맹목적 거부, 거절하고픈 억지 주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연출되어 제 주장만 하고 있다는 데서 문제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한 대인 관계는 항상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상대는 첫마디부터 '아니요'라는 부정적 단어를 먼저 던져 놓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있다.

차기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예년보다 부동층이 두껍게 포진하고 있다. 그래서 부동층 중에서도 변화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욕구가 강한 20~30대가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지가 대선정국의 관전 포인트다.

세대 갈등은 인간사의 영원한 고민거리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란 말이 적혀 있다. 그간 세대 갈등은 신문으로 치면 주로 사회면에 실리던 주제였는데 요즘엔 정치적 이슈로도 등장한다.

MZ 세대란 1980년~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통계청(2020년)에 따르면 이 세대는 약 1,700만 명으로 총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로서 특히 SNS 활용에 능숙하여 유통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쨌든 MZ세대는 글로벌 인구의 절반이 안 되는 42%를 차지하지만, 실제 노동인구의 ⅔를 차지할 만큼 경제 활동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그들은 기존 세대들과 다른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모바일과 SNS, 자기중심적 사고, 경험과 가치추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그들이 자라면서 보아 온 금융 위기나 취업난 등에 기인하며 미래보다는 현실에 더 충실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부동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바로 20~30대 청년층이다. 정치적 이념은 옅지만, 실리적인 투표를 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어서 선거마다 쟁점에 따라 분노 투표나 소신 투표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번갈아 하면서 판세에도 적잖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표심의 당락을 가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 참여도나 관심은 적지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가며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030세대의 움직임이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각 후보들이 MZ 세대에 특화된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MZ 세대에 의한, MZ 세대를 위한 정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자도 젊어선 능력이 풍부했다. 다만, 컴퓨터 교육을 받지 못해 젊은이보다 순발력도, 이해력도 앞설 수 없다. 역이나 터미널에 갈 때도 집에서 예매하는 젊은이, 줄을 서서 헤매는 노인들을 볼 수 있고, 식당도 젊은이는 맛집 찾아 예약하고 할인 쿠폰으로 싸게 먹는다. 그러나 노인들은 뒷골목이나 단골만 찾고, 은행도 젊은이는 이율 높은 은행의 인터넷 가입으로 우대금리를 받는데 노인들은 번호표 뽑고 줄 서서 기다린다. 참으로 부끄러운 SNS 문맹자일 뿐이다

인생살이에는 정답은 없다. 세대에 따라 흘러가고 순응해 가야 풍속에 따르는 것이다. 슬퍼하거나 비관할 필요도 없이 현세대를 고찰할 뿐이다. 고령자들은 우리가 알던 세상은 이미 끝났다고 한숨만 쉬면 안 된다. MZ세대에 버금가는 실버(노인) 민주주의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대통령은 현명한 유권자가 만든다. 남녀노소가 합심하여 2022 대선에서 눈 똑바로 뜨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킬 수 있는 후보를 반드시 선출해야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사람, 그 사람이 위대한 지도자이다. 오늘도 삶에 지친 우리 국민들은 그런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