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봉선화를 부르는 마음으로
기고/ 봉선화를 부르는 마음으로
  • 조문환 전 제일은행 본부장
  • 승인 2021.12.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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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 전 제일은행 본부장
조문환
조문환

[시정일보] 며칠 전 파란만장 100년의 드라마 굿모닝 가곡 앙코르 음악회에 부인과 모처럼 다녀왔다. 50, 60, 70대들은 중고교 음악 시간에 가곡을 배웠고. TV와 라디오에서 가곡이 항상 흘러나온 시절을 보냈다.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음악 유산이다. 그런데 우리 가곡이 잊혀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음악대 성악학과에는 가곡 수업이 없다고 한다. 요즘 성악 전공 학생들은 ‘보리밭’을 모른다는 어느 교수의 전언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인 1920년대 새로운 장르의 노래 가곡이 탄생했다, 1920년대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하고 침울한 시대였지만 3⸳1운동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민족의식의 자각과 함께 새로운 예술운동이 전개되었다.

이에 음악계에서도 식민지하에서 시름 하는 우리 민족에게 민족의 혼을 고취시켜 주고 희망의 벗이 되어 주는 새로운 조선의 노래, 즉 우리의 시(詩)를 노랫말로 하여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는 예술적인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를 선도한 사람이 홍난파, 안기영, 박태준 선생이었고 이때 만들어진 가곡이 ‘봉선화’, ‘그리운 강남’, ‘동무 생각’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가곡의 효시인 봉선화는 1920년 김형준 선생이 작사하고 홍난파 선생이 작곡하여 1926년 발표된 서정 소곡이다. ‘울 밑에선 봉선화야 / 네 모양이 처량하다 / 길고 긴 날 여름철에 / 아름답게 꽃필 적에 / 어여쁘신 아가씨들 / 너를 반겨 놀았도다 / 어언 간에 여름 가고 / 가을바람 솔솔 불어 / 아름다운 꽃송이를 / 모질게도 침노하니 / 낙화로다 늙어졌다 / 네 모양이 처량하다 / 듣기만 해도 / 읽기만 해도 / 슬프고 울컥하며 눈물이 난다.’

외무부는 2018년 세계 우리 민족인 재외동포는 750만 명으로 중국, 일본 330만 명, 북미 280만 명, 기타 국 140만 명으로 시민권자는 481만 명, 영주권자는 163만 명 등이라고 발표하였다. 미국연방 센서스국은 2019년 한인 인구는 186만 명으로 한국태생이 104만 명, 미국태생이 42만 명, 혼혈이 40만 명이라고 발표하였다. 반면 우리나라 외무부는 시민권자 148만 명, 영주권자 43만 명, 일반체류 56만 명, 유학생 7만 명으로 재미 한인 인구를 256만 명으로 발표하였다.

역사적으로 우리 한민족은 강대국으로 유학, 이민, 포로, 강제이주, 혹 뜻이 있어 이주하였다. BC108년경 한사군 시절 고조선인들은 한나라로 한문을 배우러, 서기 660년 백제 멸망 후 안동도호부 시절 신라인들은 당나라에 문물을 배우러, 그리고 1258년 몽골군의 쌍성총관부 시절 고려인들은 원나라에 장사하러, 1592년 임진왜란 이후 왜(倭)국에 강제이민을 당했다.

또한, 1636년 병자호란 시절 청나라에 포로로, 1895년 이후 해방될 때까지 일본 문물을 배우러 혹 일본인이 되기 위하여, 1950년 이후 미국으로 잘살기 위하여 혹은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하여 이주하였다.

이민 후에는 이름부터 바꾸고 그 나라 말을 하며 이주국의 시민권 서약에 따라 이주국에 충성하게 된다. 일부는 본의 아니게 혹은 돈 때문에 강대국의 앞잡이 노릇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한국 국민들은 모두 병들어 있다. 하나는 강대국 미국병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병이다.

미국병은 남한이 미국연방의 51번째 주(州)가 되기를 희망하며 미국과 더불어 오래오래 살기를 원하는 병이고, 통일병은 통일만 된다면 뭔가 정리 정돈되어 우리 민족끼리 평화롭고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병이다.

미국병에 들은 병자들의 힘은 막강하다. 주로 부유한 자이거나 부자의 도움을 받는 자들, 6⸳25전쟁 이후 역사관만을 주장하는 사람들, 주로 반공숭미(反共崇美) 하는 많은 개신교 교도들, 재미 교포 256만 명의 국내 가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미국병은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을 신봉하며 중국을 적대시하고 있다.

역사를 냉정히 되돌아보면 한사군, 안동도호부, 쌍성총관부, 조선총독부, 미군정을 계승한 주한미군사령부 모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위한 강대국의 통치, 관할, 점령 등의 방법이다. 한반도는 남북한의 힘으로 절대 통일될 수 없다.

미국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통일의 사과나무를 심지 말자는 것은 추호도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한이 가치가 없을 때 혹은 이독제독(以毒制毒)되어 포기할 때 남한을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교훈으로 우리 역사를 돌아보아야 한다. 친한(漢)파, 친당(唐)파, 친원(元)파, 친왜(倭)파, 친명(明)파, 친일(日)파의 말로(末路)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동이족, 조선족, 조센징, 혐한(嫌韓), 어글리 코리안 등 강대국의 우리 민족에 대한 정책을 기억해 보아야 한다. 언젠가 재미 교포들이 지금의 재일동포처럼 미국 국민의 혐오 대상이 안 된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우리나라 재외동포가 거주국에 따라 중국 교포는 갯값이고, 미국 교포는 금값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 미국병 친미파가 중국을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중국 교포들은 반미를 외치며 이를 갈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 민족의 재외동포는 평등하다. 평화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친미반중(親美反中)도 안 되고, 친중반미(親中反美)도 안 되며 친미친중(親美親中) 해야 된다.

왜냐면 그들은 강대국이고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반도 소국이기 때문이다.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를 보면 어떤 왕은 백성들이 힘들어도 동원하여 전쟁 준비만 하는 왕이 있는가 하면 어떤 왕은 백성만 구해준다면 무조건 항복하는 왕도 있다.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당파싸움으로 폐위되었고 척화배금(斥和背金)을 외쳤던 친명파들은 정세판단을 잘못하였기에 나라가 초토화가 되었다.

미⸳중 남북 군사력을 보면 한반도는 이미 전쟁 준비의 소용돌이에 들어가 있다. 정치적 진영 간 갈등이 고조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나라가 침노 당하고 또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통일을 외치면 종북세력으로, 남북교류를 주장하면 친중친북(親中親北) 세력으로, 민족화합을 외치면 빨갱이로, 그리고 미국을 비판하면 사회주의자로 편을 가르면 안 되겠다. 조국독립을 위해 땅을 팔고 고향을 떠나 만주로 갔던 애국지사들의 후손들도 봉선화를 부르는 마음은 민주주의나 사회주의나 진보나 보수를 따지지 않으며 통일을 기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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