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총체적 무능 드러낸 공수처, 이대로는 안 된다
사설 / 총체적 무능 드러낸 공수처, 이대로는 안 된다
  • 시정일보
  • 승인 2021.12.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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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다시 기각됐다. 체포영장까지 포함한다면 한 피의자에 대해 3번씩이나 영장이 기각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진 셈이다. 법원은 이번에도 “구속 사유와 필요성·상당성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며 범죄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영장이 기각된 다음날 손 검사에 대해 고발사주 의혹이 아닌 ‘판사 문건’ 관련 조사를 받으라며 또 다시 소환을 통보해 세 차례 인신구속 시도로도 모자라 이젠 화풀이성(?) 소환 통보까지 한 것이 아닌지 우리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공수처는 그동안 각종 사건에 압수수색만 하면 위법 논란에 휘말리며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간 수사해 온 12건의 사건 가운데 4건이 친여성향 시민단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고발한 것에 대해 수사를 개시해 더더욱 정치적 편향성을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의 유착 논란까지 불거지며 정치편향성과 수사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장실질심사에서 공수처 차장은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 공수처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깎아내렸다니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만약 공수처가 여야를 불문하고 유력 대선후보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 진상을 밝혀냈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박수를 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 대선주자 관련 수사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고도 핵심 피의자의 신병 확보조차 못함으로써 공수처의 순수성에 더욱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공수처의 출범은 권력을 정치적으로 남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검찰을 대체하는 수사기관으로 기대를 모으며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를 척결해 국가 투명성과 공직사회 신뢰성을 높인다는 당위성으로 출발했던 조직이다. 하지만 국가의 핵심 수사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기능마저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별도의 수사기관 설치는 국내외 사법 체계상 유례없는 처사로 옥상옥의 공수처가 무능하고 정치 중립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 아울러 공수처가 작금처럼 불신과 무능을 자초한다면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