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당신의 말은 누구의 것입니까
기자수첩 / 당신의 말은 누구의 것입니까
  • 정수희
  • 승인 2021.12.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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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 / sijung1988@naver.com
정수희 기자
정수희 기자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기자는 몇 해 전까지 아나운서와 스피치 강사로 일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으레 “말 잘 하겠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좋다”는 반응이다. 고백컨대 여러분만큼 (어쩌면 더) 수줍음 많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저런 직업을 가진 데는 순전히 취향과 성향이 좌우했다.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고 싶어서, 수없이 두드리고 부딪히고 깨지고 깨우쳤다.

직업상 ‘인터뷰’ 할 일도 많았다. 인터뷰어로, 인터뷰이로서도 말이다. 기관·단체장에서부터 업계 전문가, 실무 담당자 등, 그 대상은 지금의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열심히 공부해왔다. 알아야 물을 수도, 답을 할 수도 있는 게 당연지사.

여기서 팁을 하나 드리자면, 외우지 않고 키워드로 기억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며 말해야 한다.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 수주나 승진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직장인, 하물며 고위직 관료까지 놓치던 부분이다.

무조건 외우거나 보고 읽는 건 일방적 전달에 지나지 않는다. 또 말을 ‘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동문서답하게 된다. 잘 듣고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소통과 설득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가 공공재가 된 때,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정답’보다 어떤 생각, 가치관에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사람들은 열광한다.

‘위대한 소통가’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청중의 니즈에 맞는 연설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건 오직 그뿐”이라는 지지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가까이엔 남이 써준 글을 제 손 한 번 거치지 않고 자기 말인 양 그대로 하거나, 심지어 재깍재깍 해다 바치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순간 누군가 뜨끔하란 게 아니라, 참고해서 다음엔 부디 잘하길 바라서 하는 말이다.

종종 자치구의회에선 연설이나 소통을 주제로 의원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곤 한다. 최근 마포구의회에서도 ‘대중연설 및 소통기법’을 주제로 교양강좌를 열었다.

단언컨대 누구든 한 번의 특강으로 단숨에 훌륭한 연설가나 소통가가 될 수 없다.

배움에는 4단계가 있다고들 한다. 즉, 무의식적 무능력-의식적 무능력-의식적 능력-무의식적 능력.

풀어 설명하면, 몰라서 못하는 단계에서 알지만 잘 못하는 단계, 의식하면 가능한 단계를 지나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능숙하게 잘하는 단계로, 일련의 과정이 있다는 것. 운전이나 운동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익숙해질 때까지 스스로 갈고닦으면 자기 실력이 된다. 그러니 주변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의 생각을 소신 있게 밝힐 수 있는 정치인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