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선출직 지도자는 업적 평가결과를 책임져야
시정칼럼 / 선출직 지도자는 업적 평가결과를 책임져야
  • 권 혁 중 논설위원
  • 승인 2021.12.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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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중 논설위원
권혁중 논설위원
권혁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2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는 가까운 시간(85일)을 두고 치르고, 지방선거 2년 뒤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뽑은 인물을 리더(지도자)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리더(지도자)와 보스는 어떻게 다를까? 간단하게 소개하면 리더(지도자)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요, 보스는 타의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 조선 순조 때 실학자 혜강 최한기(1803~1877년)가 지은 ‘인정(人政)'의 ‘선인문편(選人門篇)'에 수록된 글귀다. 선거를 앞두고 자주 볼 수 있는 명언으로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면 모든 백성이 평안하나,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세상 모든 백성이 근심 걱정으로 지낸다'는 뜻이다.

또한, 합리적 투표 행위 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는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정치인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선출직 공직자(정치인)는 시민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공약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오히려 시민들을 자신과 같은 사회적 범주(지역, 역사관, 이념)로 들어오도록 설득하고, 동일한 사회적 범주에서 요구하는 규범을 따르도록 유도한다. 시민들은 자신과 다른 지역, 역사 기억, 이념을 지닌 후보자를 선택하면 정체성 효용(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사회적 범주에서 요구하는 규범에 따라 지역 출신, 역사관, 이념을 지닌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정체성 효용을 높이는 선택을 한다.

즉, 정치인은 유권자의 선호와 요구를 주어진 조건(상수)으로 받아들여 유권자가 바라는 정치인의 도덕성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이념 등의 사회적 범주를 유권자에게 인지시켜 정체성에 따른 투표 행위를 하게 만든다. 이로써 비도덕적이든 도덕적이든 관계없이 유권자에게 비슷한 범주의 정체성을 호소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일이 일어난다.

지도자의 지도력은 영도력으로 평가받는다. 권위만 내세워 자리를 즐기는 지도자와 권력에 아부하는 영혼 없는 기생충들은 조직은 물론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크게 훼손한다. 율곡 선생은 꽃과 열매는 함께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권좌에 앉았다고 마치 다 가질 것처럼 지도력을 남용한다면 조직과 역사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뽑은 리더가 우리가 갈망하던 영웅이 아닐 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지방자치법 제20조에 ‘주민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 의원(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은 제외한다)을 소환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법에 정한 우리의 권리이지만 우리가 뽑은 리더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행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열린 마음과 발전적인 사고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 대한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진 사람을 리더로 뽑아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마땅히 보스가 아닌 리더(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통솔하는 기술을 끈 한 가닥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 끈을 당겨 봐라. 그러면 끈은 얼마든지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따라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밀면 아무 데에도 가지 못한다. 사람을 이끌 때도 이와 마찬가지다.”

순리로 당기면 따라오지만 무리하게 밀면 따라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으로 명쾌한 설명으로, 리더(지도자)를 자칭하는 사람들이라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특히, 우리는 지역 리더(지도자)를 뽑을 때 리더가 행한 사무(事務)에 대하여 자신이 무한 책임을 지는 용기있는 리더(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리더로서 처리한 모든 지역 사무에 대하여 조직구성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리더는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리더는 지역발전의 가장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리더(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한 표를 던질 때 강한 영웅을 향한 무의식적 동경을 잠시 눌러야 한다. 과잉 자신감이 아닌 자기반성과 합리적 목표 재설정이 가능하면서 적절한 회복 탄력성을 가진 리더(지도자)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21세기의 가장 바람직한 리더는 비전이 있는 사람이다. 이미지가 바로 비전이다. 비전은 현재와 미래를 맺어주는 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