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0대 대통령을 찾습니다
기고/ 제20대 대통령을 찾습니다
  • 김인희 (칼럼니스트, 시인)
  • 승인 2021.12.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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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칼럼니스트, 시인
김인희 칼럼니스트
김인희 칼럼니스트

[시정일보] 조선시대 왕의 일과에 대해 말한다. 왕은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용무를 단정히 하고 궁궐을 돌아다니면서 어른들에게 문안인사를 올리고 아침공부를 했다. 아침에 할 공부를 다 못하면 일과를 마친 후 저녁에 해야 했다. 아침 조회를 통하여 왕은 신하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신하들은 격식을 차려 왕에게 인사를 했다.

오전 업무 시간에는 상소문과 탄원서를 검토하고 낮 공부시간에는 유교 경전과 역사, 성리학을 공부했다. 오후 업무는 지방관리와 외국의 사신을 접견하고 궁궐 내부를 둘러보고 군사들에게 당일 사용할 암호를 정해주었다.

야간 업무시간에는 글을 쓰고, 책을 읽었으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는 성군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했다. 야간 업무가 끝난 후 왕실 어른들에게 다시 문안인사를 올렸다. 왕이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 시간은 보통 밤 11시가 넘었다고 했다.

조선시대 왕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고된 삶이었는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필자가 조선시대 왕의 일과를 운운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80여 일 남았다. 날마다 모래시계를 보듯 쏜 살 같은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과 정비례하는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도 뜨겁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하늘 높이 쏘아 올린 공이 되고 그들의 국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대서특필된다면 오죽 좋겠는가. 국민들의 옳고 그른 후보, 좋고 나쁜 후보 중에서 흑과 백을 판가름하는 선거를 할 수 있으려니 하는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갔는지 모르겠다.

날마다 언론과 방송 매체를 통하여 대통령 후보에 대한 옳지 않고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있다. 어떤 후보는 배우자와 배우자의 가족 구성원을 언론의 보도로 검증을 받고 있다. 다른 후보는 화려한 스캔들과 자식의 잘못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유유상종이요 물이유취가 따로 없다.

공자가 정치에 대해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던 말을 소환한다. 그 의미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를 사랑과 훈계로 양육하고,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참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사회는 저절로 어른을 섬기는 질서가 유지되고 나아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것이 곧 공자가 말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원하지 않는다. 촛불이 밝힌 포퓰리즘을 등에 업고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던 굳은 약속은 물거품 되어 사라졌다. 우리의 청춘들은 암울한 공간에 갇혀서 책과 씨름하면서 못다 핀 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된다. 그 청춘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그 유명한 3포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작금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움켜쥐고 있는 국가의 존폐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부모의 권위가 사라지는 가정,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교육현장, 어른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 아기를 낳아서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인명경시 현상 등 사람이 사람이기를 거절한 사건이 비일비재다.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린 코로나는 끝은 보이지 않고 모습을 바꾸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다.

필자는 대한민국 헌정사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읍소한다. 조선시대 왕의 일과를 간과하지 말기를 간청한다.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어른과 어린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할 일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하라.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가 자신들의 일터에서 땀을 흘릴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하라. 청춘들의 푸른 꿈이 노력하여 현실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하라.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노인들의 여생이 빛날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하라. 이런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대선 후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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