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끓는 물은 넘치지 않는다
시정칼럼 / 끓는 물은 넘치지 않는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2.01.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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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임인년(壬寅年) 새해임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일상회복의 바퀴가 멈춰 서면서 대선 준비에 한창인 정치권도 술렁이고 있다. 지난 총선, 민주당 압승 배경에는 정부 여당이 코로나 대응을 잘했다는 국민의 평가가 있었지만, 또다시 ‘코로나 선거'로 치러지게 될 이번 결과는 과연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오는 3월9일 유권자들은 과연 누가 이 코로나 위기를 더 잘 헤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잘 대비할 것인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들고 투표장을 향할 것이다.

어쨌든 대선정국은 흥미롭고 재미가 솔솔 나야 하는데 건국 이래 최악의 분위기라고 혹평하는 국민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총체적 난국의 길 잃은 대한민국이라고 말한다. 요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끓지도 않고 넘친다고나 할까.

대선 후보들의 연일 상대 때리기가 격화되다 못해 가족의 치부마저 드러나니 갑갑한 상황이다. 3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두 명의 후보를 보고 있자니 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히 걱정스럽다. 가족은 둘째 치고 후보 당사자들만 놓고 보아도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후보들인가 싶을 정도이다.

문제는 두 유력 후보의 공통점이 ‘독불장군', ‘내가 완전히 옳아!'의 성향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후보들은 옆에서 시끄럽거나 말거나 다 필요 없고 나 혼자 행보라는 식으로 협력과 화합, 평화는 내 알 바가 아닌 무능한 리더십으로 대선에 임하고 있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시름은 나날이 더해가고 있는데 한몫 두둑이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밥그릇 자리싸움에 치가 떨린다.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후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꼴통 진보나 보수나 국민이 원하는 바를 해결할 생각은 전혀 없거나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것처럼 보이기에 심각하게 우려가 된다.

물론,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대선 투표일까지 두어 달도 채 남지 않아 똥줄은 타 들어가는데 언제 주변인들 어르고 달래서 대선 준비를 하겠는가. 이런 때일수록 더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임에도 내부의 적들까지 상대하기에는 벅찰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미숙한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제일 난감한 건 국민들일 것이다. 도대체 누굴 뽑으라는 것인지 참담할 따름이다.

후보 주변의 꼰대 올드맨들은 뒷짐 지고 혀나 끌끌 차고 있고, 아지매 아낙들은 ‘나 몰라 니 말 안 들어.' 그리고 젊은이들은 ‘왜 무시해! 내 말 왜 무시해! 나 안 해!' 이러고 있질 않나. 시트콤도 아니고 이게 뭣들 하는 것인지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 게 한심스럽다. 대한민국 꼭대기에 있는 정치인들은 사람 보는 눈이 없는지 번번이 잘못된 사람만 뽑는 것인가, 아니면 나쁜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 것인가.

새해를 맞이해 정치권은 다툼이 좀 진정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건전한 보수는 미풍양속의 구심력이고 합리적인 진보는 사회발전의 원심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보혁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실상 부정적 기득권의 다툼이 아닐까.

작년 연말 전국 교수들이 뽑은 고사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라고 한다. 고양이와 쥐가 한통속이 되었다는 의미라는데, 어느 정치인은 이를 두고 “도처에서 도둑만 들끓는 서글픈 나라가 됐다”라고 말한다.

이 고사성어를 들으니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떠올랐다. 검은(黑) 고양이든 흰(白)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그래도 고양이는 사람들의 편에 섰었는데 이젠 그 쥐 잡던 고양이마저 사람들의 재물을 갉아먹는 유해동물로 변하고 말았으니 슬픈 일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사람, 그 사람이 위대한 지도자이다. 오늘도 삶에 지친 우리 국민들은 그런 지도자를 찾고 있다. 대통령은 철학을 가지고 국민을 지배해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