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세치의 혓바닥으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시청앞 / 세치의 혓바닥으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22.01.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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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이 서로가 연계돼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 번 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들어 대선정국에 여야 후보들의 언행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발언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가 하면 금방 탄로 날 거짓말 등 대통령 후보의 언행은 무엇보다 진실해야 하고 거짓말을 했을 때 응당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잠시 거짓말과 현란한 언사로 국민을 유혹하고 속일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그 진실이 드러나고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싶다. 대선 후보들의 막말과 실언도 문제이지만 주변 인사들의 거칠고 저주에 가까운 비방전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인들은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를 5년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언행은 진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며 원칙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제37대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하야했다. 닉슨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중요한 이유는 뇌물수수나 부정이 아니고 바로 거짓말이었다. 이처럼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옛 명언처럼 말이란 한번 내뱉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우에 따라선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 위정자들은 언행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