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결실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결실
  • 이승열
  • 승인 2022.01.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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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②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 성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0월26일 여수시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0월26일 여수시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는 지루하고 고통스런 팬데믹이 계속됐고, 하반기부터는 올해 3월 펼쳐지는 대통령 선거탓에 정치권 공방이 점점 치열해졌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이슈는 1년 내내 전국을 뜨겁게 달궜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취했던 ‘위드코로나’ 조치는 확진자 폭증을 낳았다.

본지는 이런 혼란한 시국에도 그동안 지켜왔던 루틴을 지키고자 한다. 신년을 맞이해 독자들과 함께 지방자치의 큰 이슈를 살펴보는 것이다.

올해 선정한 주제는 10년 만에 서울시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아시아 금융도시, 서울’과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 성과’ 등 두가지다.

이번 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지방분권·자치분권 성과를 되짚어 본다. 특히, 임기 초 발표했던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제시했던 전략과 과제 중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든 결과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의 임기(∼2022년 5월9일)가 어느덧 넉 달밖에 남지 않았다.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우리가 느끼는 실질적인 잔여 임기는 두 달여에 불과하다. 2017년 5월10일 출범한 후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임인년 새해를 맞아 본지가 주목한 것은 그동안 쌓여 온 지방분권·자치분권 관련 변화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2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으로 지방분권·자치분권 추진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자치분권 로드맵>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5대 분야 30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5대 분야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실현 △자치단체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등이다.

이어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9월11일, <자치분권 로드맵>을 토대로 마련한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으로 비전을 변경했고, △주민주권 구현 △중앙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 등 6대 전략 33개 과제로 구성됐다.

지방분권·자치분권 측면에서 본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은 이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뚜렷한 성과도 있었고 미비한 점도 있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것들을 대략 정리해 본다.

 

지방이양일괄법과 자치경찰제의 실현

‘연방제 수준 자치경찰’ 지향해야

 

6대 전략 중 ‘중앙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지방이양일괄법 제정과 자치경찰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문재인 정부는 2004년 참여정부 시절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줄곧 실현하지 못했던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에 성공했다.

정부는 2018년 10월, 19개 부처 소관 66개 법률에 해당하는 571개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내용의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지방이양일괄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16개 부처 소관 46개 법률의 400개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내용으로 축소돼 2020년 1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1년 1월1일 시행됐다. 현재 정부는 48개 법률 166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제2차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마련해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이양일괄법은 기존 개별법률 중심의 사무 이양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방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치경찰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4월 자치경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치경찰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23일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은 시·도 단위 자치경찰본부와 시·군·구 단위 자치경찰대를 신설해, 2022년까지 전체 국가경찰 11만7000여명 중 36%인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이원화 모델이었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사무와 성폭력·학교폭력·교통사고·음주운전 등의 수사를 담당하고,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 수사, 전국적 처리를 요하는 민생치안사무를 맡는 내용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안(홍익표 의원 발의)은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정부는 2020년 9월 기존의 이원화 방안에서 크게 후퇴한 법안(김영배 의원 발의)을 다시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별도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지휘·감독만 달리하게 하는 ‘일원화’ 방안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부는 어려운 국가재정을 고려해 조직 신설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법안은, 2020년 12월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고, 2021년 7월1일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는 국가경찰, 자치경찰, 수사경찰이 함께 근무하게 됐다.

자치경찰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치분권에 기반해 자치행정과 경찰행정을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주민에게 더욱 안전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자치경찰제는 이 같은 목적보다는 검찰개혁, 그에 따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결국 주민이 제도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는 국가경찰의 권한·사무·조직을 자치경찰에 대폭 이양하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지역 여건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군·구 단위의 자치경찰제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단계·2단계 재정분권 실현

연 13조8천억 지방재정 확충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인 2017년 11월 ‘범정부 재정분권 TF’를 구성하고, 이어 2018년 10월30일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2022년까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개선하고 △지역 간 세원 불균형에 대한 보전장치를 마련하며 △재정분권을 1단계(2019∼2020)와 2단계(2021∼2022)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먼저, 1단계 재정분권이 추진됐다. 지방소비세율을 당시 11%에서 2019년 15%, 2020년 21%로, 소방안전교부세율을 당시 20%에서 2020년 45%까지 인상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2019년 3조3000억원, 2020년에는 8조5000억원의 지방재정 확충효과가 발생하고. 국세:지방세 비율은 2018년 78:22에서 2020년 73.7:26.3으로 개선됐다.

자치분권위원회는 2019년 9월 ‘2단계 재정분권 TF’를 출범하고, 2020년 6월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 마련을 목표로, △국세·지방세 구조 개편 △추가적인 지방세수 확충방안 등의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2단계 재정분권은 부처 간 합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2021년 8월에서야 정부 합의안이 마련됐고, 당초 일정에서 1년 지연된 2022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핵심 내용은 △지방소비세율을 2023년까지 25.3%로 4.3%p 인상하고 △1조원 규모의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도입하고 △국고보조율을 상향해 2000억원 규모의 지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 등이다.

이에 따라 연 5조3000억원의 지방재정이 확충되고, 국세:지방세 비율은 2023년 72.6:27.4로 개선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재정분권은 부족했던 지방재정을 크게 확충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세:지방세 비율이 당초 목표인 7:3에 이르지 못한 점 △광역단체의 세목인 지방소비세 세율 인상 중심으로 추진돼 기초단체가 배제된 점 △국세의 추가적인 이양으로 지방세 세목을 늘리는 데 소홀한 점 △지방교부세율(19.24%) 인상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점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지방의 자율성·책임성 확대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성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실현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이뤄진 것이었으며, 지방자치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이후에는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고, 2018년 3월26일 자치분권형 개헌안을 직접 국회에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헌안은 같은 해 5월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폐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헌법 개정 대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한 지방분권 추진을 시도했고, 그 결과 2018년 10월30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전부개정안은 2019년 3월29일 국회에 제출됐으나,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후 정부는 21대 총선 직후인 2020년 7월, 기존 법안을 일부 수정·보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다시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같은 해 12월9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주민자치 원리 명시 △주민조례발안제도 도입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 형태 다양화 △특례시 도입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지방자치단체 간 경계조정 절차 신설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도입 등이다.

그 중에서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가장 크게 달라질 곳은 바로 지방의회다. 지방의회는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 △인사권 독립 및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으로 근본적인 수준에서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의회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관임에도 자체 법률을 가지지 못해 그 법적 위상을 의심받고 있는 데 기인한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법의 제정을 기대하고 있다. 지방의회법은 20대 국회에서 전현희 전 의원이 2018년 2월21일 최초로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지금은 이해식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가 지방자치권 침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중요한 제도가 ‘자치분권 사전협의제’이다. 2019년 7월 시행된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관 법령을 제·개정하는 경우 국가와 지방 간 사무배분의 적정성 및 지방자치권 침해 여부에 대해 행안부 장관과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국가·지방 간 분쟁을 예방하고 자치조직·입법·재정권을 보장함으로써 자치영역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완의 지방자치법… 주민자치회 법제화 실현해야

 주민주권·주민자치 명시에도 주민자치회 법제화 실패 아쉬움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앞으로 지방분권·자치분권 추진의 나침반이 돼 줄 큰 성과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아쉬움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주민자치회’다.

대전대학교 곽현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성과와 의의>(자치분권위원회, 2021)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제도사에서 지방정부의 주인으로서 주민의 위상을 명확히 선언하고 주민의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적 노력을 자치분권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둔 최초의 정부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주민주권 구현’을 최우선 전략으로 세우고, 주민주권에 기반을 둔 주민자치 강화를 추진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지방자치법의 목적규정에 기존 단체자치에서 더 나아간 ‘주민자치’ 원리를 명시하고 지방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을 신설한 것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주민주권 구현’ 아래의 7개 과제 중 △주민참여권 보장 △주민조례발안제도 도입 △주민소환 및 주민감사청구 요건 완화 △주민투표 청구대상 확대 등 4개 과제만 반영되고, △숙의 기반 주민참여방식 도입 △주민자치회 대표성 제고 및 활성화 △주민참여예산제도 확대 등 3개 과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주민자치회 관련 내용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주민주권 실현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을 아쉽게 했다. 정순관 전 자치분권위원장은 “주민자치회 설치가 정당 간의 입장 차이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주민자치회가 자치분권의 기본법적 성격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법으로 입법화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3년부터 행정안전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데,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 2013.5.)에 따른 시범사업의 지위를 가지고 있을 뿐이어서, 입법의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계속 시범사업으로 남게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주민주권·주민자치의 구현과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를 도입하는 입법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