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항상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움을 걱정해야
시청앞 / 항상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움을 걱정해야
  • 정칠석
  • 승인 2022.01.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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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칠석 기자] 君子只是逆來順受(군자지시역래순수)하며 居安思危(거안사위)하나니 天亦無所用其伎倆矣(천역무소용기기량의)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군자는 천운이 역으로 와도 순리를 받아들이고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움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늘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하늘은 때때로 운명이라는 것으로 영웅을 바보로 만드는가 하면 천하의 호걸을 하루아침에 샌님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그래서 매난드로스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그 모두가 운이 발행하는 수표의 권리 양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운명론자들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운명론자들의 기우에 대해 순리로 세상을 사는 군자는 하늘의 운이 거꾸로 다가오더라도 그것을 순리로 받아들이고 또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다고 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항상 행복할 때 불행을 생각하라고 했다. 또한 그는 행복할 때는 타인들의 호의를 쉽게 살 수 있고 우정도 도처에 넘치며 이는 불행할 때를 위해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울러 그대를 위해 지금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은혜를 배풀어라. 지금은 높이 평가되지 않는 것이 언젠가는 귀하게 여겨진다고도 했다. 미련한 사람은 행복할 때 친구를 모르면 불행할 때 친구가 그대를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작금에 들어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지난 1일 동부전선 22사단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월북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남북해빙 무드에 편승 대북경계 태세가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군이 철책을 넘은 월북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작전에 돌입할 때까지 3시간 가까이 깜깜이로 있었다는 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월북자가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감시·경계용 CCTV에 포착됐지만 당시 CCTV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부대의 경계망이 뚫린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사단에서는 과거에도 일명 노크 귀순, 철책 귀순, 오리발 귀순 등 한 두 번이 아니다. 잇따른 경계 실패로 사단장을 비롯한 숱한 지휘관이 보직 해임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군은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될 때마다 요란스럽게 임기응변식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 경계·감시 장비를 보강해 왔다. 이번엔 최첨단 장비가 제대로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지 못했다. 결국 장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군의 기강과 근무 태세로 전방지역의 감시 장비와 인력운용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