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우리는 자신이 한 말을 약속처럼 지키는 리더를 선택해야
시정칼럼 / 우리는 자신이 한 말을 약속처럼 지키는 리더를 선택해야
  • 권 혁 중 논설위원
  • 승인 2022.01.06 10:10
  • 댓글 0

권 혁 중 논설위원
권 혁 중 논설위원
권 혁 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약속을 한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가지 약속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약속'이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원래부터 있던 한자 단어다. 약속(約束)의 한자어를 뜻풀이하면 일을 맺고(約) 단단히 묶음(束)이다. 국어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을 말한다. 따라서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라고 있는 것이나, 깨질 가능성 또한 있는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약속은 대부분 친한 사람 등과 만남을 가지기 위한 약속이 대부분이다. 당연하지만 별거 아닌 약속이라 할지라도 어기면 다른 사람의 신뢰를 잃게 되므로 일단 해둔 약속은 가능한 한 지키고 늦지 않는 게 좋다. 약속을 할 때에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교차하여 거는 관습이 있다. 이는 세대를 불문하고 공유되는 행동이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범지구적 제스처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끼손가락을 걸어놓은 채로 서로의 엄지를 맞대는 것까지가 기본 행동으로 통한다. 이를 ‘도장 찍는다'고 말하며, 이 다음 악수하듯이 서로의 손바닥을 맞대어 스치는 행동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를 ‘복사'라고 한다. 즉, 도장을 찍고 복사해놓는다는 의미로, 그만큼 중요한 약속을 할 때 행한다.

약속과 관련한 유명한 역사적 일화를 소개한다. 중국 당나라의 초창기에 <정관(定款)의 치(治)>를 이룩한 당태종이 어느 날 다음과 같은 령(令)을 내렸다.

“앞으로 모든 황제들은 죄수에게 사형을 선고하기에 앞서 3일 동안 단식을 한 후에 그 사형 여부를 재가하도록 하라"

사형(死刑)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이다. 당태종이 갑자기 왜 이런 명령을 내렸던 것일까?

어느 날 당태종이 장안(長安)의 감옥을 순시하던 중 사형수(死刑囚) 290명을 둘러보게 되었다. 곧 죽음을 당할 이들이 측은해진 당태종이 이들에게 “만약 너희들이 정해진 날에 돌아오겠다는 약속만 지켜준다면 몇 개월간 집에 다녀오도록 해주겠다. 약속을 지키겠느냐?"고 물었다.

당태종은 약속을 받은 후 모두를 쿨~하게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 정해진 날에 290명 전원이 다시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자 이번에는 당태종이 감격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를 기약 없는 죄수들이 죽을 곳으로 하나같이 제 발로 걸어 돌아온 것이다. 당태종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인간적인 자신의 고민을 통 큰 정치적 판단으로 해결했다. 290명 사형수 전원을 석방한 것이다. 이렇게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죄수들이라면 이들이 다른 양민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후 당태종은 사형수에 대한 사형 결정 여부에 신중을 기하게 한 것이다. 약속을 지킨 것이 리더의 마음을 움직였고 리더의 약속이 결국 수많은 사형수를 죽음에서 구한 것이다.

약속(約束)은 신뢰요 삶의 요소다. 굳이 왕정(王政)이 아니더라도 대(對) 국민 선거공약(選擧公約)으로 국가의 최고통수권자의 자리에 오르는 오늘날 같은 경우는 더욱 리더의 약속이 그 통치권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존경받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지켜내는 약속과 신뢰임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