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오징어게임’으로 쏘아 올린 골든글로브 수상
사설 / ‘오징어게임’으로 쏘아 올린 골든글로브 수상
  • 시정일보
  • 승인 2022.01.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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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았던 배우 오영수가 세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Golden Globe)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배우 오영수는 78세다. 1968년 데뷔해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출연한 영화들은 스님역이 많았다. 그래서 스님 같다는 연극쟁이로 불려진다.

배우 오영수는 20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극인의 삶을 살았다. 그는 “처음부터 연극이 재밌었던 건 아니다. 하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사이 오영수는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1979년엔 동아 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엔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엔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1994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엔 연극을 하느라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연극에 미쳐서 살았다.

우리가 알지 못한 오영수는 나름대로 굳건한 연극인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연극무대만이 그가 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도 그의 연기를 보였다. 하지만 연극에서와 달리 영화·드라마 판에선 단역과 조연에 머무르며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드라마로는 1981년에 <제1공화국>, 1984년엔 <조선왕조 오백 년 설중매>, 1988년엔 <전원일기>, 2006년엔 <연개소문> 등에 나왔고, 영화에선 1986년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1987년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 1998년엔 <퇴마록>에도 출연했다.

배우 오영수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기회가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이었다. 이후 2009년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선덕여왕>에서 월천대사 역을 맡아 유명해졌다. 간혹 광고의 출연제의가 오면 오 씨는 작품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광고 출연을 거부하는 장인정신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은 오 씨가 그동안 보여준 인내의 결과물로 보인다. 수상 소감에서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는 장중한 소감을 말했다. 아울러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세계의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이번 수상에서 <오징어 게임> 감독, 출연자들이 보인 태도 또한 정중하다. 골든글러브가 인종과 성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을 거부했다. 상이라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 하고 받았던 자세와 사뭇 다른 철학적인 태도다.

우리의 K 콘텐츠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감독과 출연진의 보이콧을 보이는 자존감이다. 할리우드 보이콧으로 올해 시상식은 무관중 무중계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한국의 배우가 지적한 편견을 지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예술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인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