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새해 첫날’과 ‘설날’
기자수첩 / ‘새해 첫날’과 ‘설날’
  • 이승열
  • 승인 2022.01.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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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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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온 가족이 설빔을 입고 세배를 드리며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기쁜 날이건만, 올해 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의 여파,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으로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명절이 될 듯하다.

정월 초하루, 음력 1월1일인 설은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다. 삼국시대에 이미 차례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설을 쇤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설은 1895년 정부가 양력을 받아들여 1896년 1월1일을 새로운 설로 지정한 이후에도 전통명절로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이후 수난의 역사가 시작됐다. 일제는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의 명절을 강요했다. 음력설을 쇠는 것 역시 탄압하고 양력설인 ‘신정(新正)’을 쇠도록 압박했다. 이때부터 양력설과 음력설을 모두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 풍속이 생겼다.

문제는 광복 이후에도 이 같은 풍속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중과세 금지, 신정단일과세(新正單一過歲) 정책을 펼치며 신정을 권장했고, 신정은 3일 연휴를 부여한 반면, ‘구정(舊正)’은 공휴일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1985년이 돼서야 음력 1월1일을 ‘민속의 날’로 정하고 하루 공휴일을 부여했다. 우리가 ‘설날’을 되찾은 것은 1989년의 일이다. 이후 신정 휴일이 1월1일 하루로 줄어들면서, 음력 1월1일이 명실공히 설날이 됐다.

설을 되찾은 지 33년이 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날을 ‘구정’으로 부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일제가 ‘신정’을 강요하고 설을 ‘구정’이라고 부르며 깎아내린 잔재라고 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신정과 구정이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예전부터 1월을 ‘정월’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때 사용된 ‘정(正)’에 ‘신(新)’과 ‘구(舊)’를 써서 신정과 구정이라고 칭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도 각각 양력설과 음력설에 해당하는 표준어로 풀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고운 우리말인 ‘설’을 두고 굳이 유래에 대한 논란이 있는 ‘구정’이라는 어려운 한자어를 써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우리에게 ‘구정’이라는 명절은 원래 없었다. 이참에 신정은 ‘새해 첫날’, 구정은 ‘설날’로 일컫는 문화를 조성해 나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