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의와 평등
기고/ 정의와 평등
  • 조문환 전 제일은행 본부장
  • 승인 2022.0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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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
조문환

[시정일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하여 증명되었다. 수많은 민중이 돌과 몽둥이 대신 촛불을 들었고, 법의 절차에 의하여 의회에서는 다수가결로 투표를 하였으며, 법은 재판을 통하여 인용하므로 국가의 최고권자를 탄핵하였다. 국제사회에서는 놀랐고, 특히 미국과 유럽은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였다.

2018년 우리나라 인구는 5,136만 명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1,734불이었다. 공인도 안 되고 실체도 없지만 30~50클럽, 즉 인구 5천만 명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는 국가를 헤아려보니, 소득별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이탈리아, 한국 순으로 우리나라가 클럽에 가입되었다고 자축하고 있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세계민주주의 수준과 순위에서 30~50클럽에 속한 국가들의 순위는 한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순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발표되었다. 또한, 한국을 제외한 6개 국가는 침략과 약탈과 식민지배를 했던 제국주의 나라들로 우리나라를 매우 자랑스러운 국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대응방법을 보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대하게 평가하므로 우리나라는 최우수 민주주의 국가라는 모습을 전 세계민에게 알렸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은 스스로 정의가 없는 사회, 불평등이 많은 국가라고 느끼고 있다. 사실 그렇다. 왜냐하면 OECD 국가 중 자살률 18년째 1위, 노인 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등 사회적 갈등이 제일 많은 국가로 조사되었다.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추구하는 옥스팜(OXFAM)의 2022년 1월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99%는 소득이 줄었지만, 10대 부자들은 2배 이상 늘었고 이는 세상이 분열과 불평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1995년부터 세계인구 79억 명 중 인구 상위 1%가 하위 50%(약 40억 명)보다 20배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20명의 탄소 배출량이 가난한 10억 명보다 8,000배 많이 배출한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적 폭력으로 매 4초마다 1명씩, 매일 21,300명이 불평등으로 사망한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에 대한 인식은 주요 선진국보다 유난히 높은 국가로 뽑혔다. 지난해 11월 KB 융자 주의 ‘2021년 한국의 부자 분석’에 의하면 10억 원 이상 금융자산가는 39만3천 명으로 이들은 평균 67억 원씩 총 금융자산이 2,618조 원에 이르고 전체 인구의 0.76%에 해당한다. 40만 명이 가지고 있는 총 금융자산 2,618조 원의 규모는 2020년 우리나라 GDP 1,948조 원보다 많고, 2020년 상장기업 시가총액 2,372조 원보다 많으며, 2020년 말 유동성 M2(광의통화) 3,200조 원의 82%에 이르는 규모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자들이 현재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부의 원천은 사업소득 42%, 부동산투자소득 21%, 상속/증여 18%로 합하여 81%로 일반 서민은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경제 금융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연구하는 토마 피켓(파리 경제대 교수)의 베타지수에 의하면 프랑스 혁명 당시 불평등 지수가 7.2에 비하면 오늘날 한국은 9.0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잔혹한 부의 장벽으로 자본주의 역사상 제일 심한 최악의 불평등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혁명이 안 일어나는 이유는 능력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국민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내가 못나서, 내가 잘못해서, 내가 열심히 안 해서, 좋은 대학을 못 가서, 부모가 능력이 없어서” 하며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치부하며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다. 모두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사실 이제 SKY대학은 과외비가 없다면, 특수학생 이외에는 진학할 수 없다. 정부는 의사 부족으로 증원을 제안했지만, 의사들의 증원반대로 우습게 거절된 적이 있다. 전교 일 등을 하고 사교육비를 부담하며 최상위 그룹에 도달한 능력자들, 즉 의사, 법조인, 언론인, 교수 등 최상위 그룹은 능력이라는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나눌 수 없기에 자신들의 영역을 넘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경기는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의 폐해이다.

세계자본주의는 그 최후 단계인 제국주의 자본주의가 되었다. 경제 주체도 독점자본가들이 차지하고 있어 제국주의 독점자본주의가 되었다. 세계 GDP는 미국 23조 달러, EU 17조 달러, 중국 16.6조 달러로 이들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도 미국 45조 달러, 중국 18조 달러로 이 두 나라가 63%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12개 회사의 시가총액도 세계 주식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이 2,200조 원이라면 10대 기업 시가총액은 약 1,000조 원으로 4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생률은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산업재해 사망률도 과거 20년 동안 4만 명이 사망하므로 자본과 노동 간의 전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를 즉 민족과 통일을 중시해야 할 보수는 민족을 위하면 빨갱이로, 통일을 위하면 좌파로 몰고, 오히려 외세에 기생을 주장한다. 개인을 중시하는 진보는 선거법의 대의민주주의를 왜곡시키므로 대의(代議)는 사표(死票)가 되고 승자독식의 왜곡된 불공정만 가중하고 있다. 자본주의 생산품은 자연을 파괴하고, 정치 언어는 기만의 언어가 되었고, 경제성장으로 파이는 커졌지만, 갈등만 커지고, 교육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능력주의는 승자의 오만함 속에 빠져 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물질만능주의로 인간과 사물의 관계는 왜곡되었고, 계층 간 착취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왜곡시켰으며, 자연 파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왜곡시키므로, 삶과 생존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에 물질 문명과 생태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대학 입시제 폐지, 사법 농간이 자행되는 검찰 폐지, 대의(代議)가 왜곡되는 선거법 전면개정, 법조인보다는 보통사람이 대의(代議) 하는 정치개혁, 통일을 준비하는 중립국 선언,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조선·중앙·동아일보) 국유화, 불공정한 집단이기주의 처벌강화, 천대와 경멸받는 직업인 정부 지원, 자연파괴 및 생명위협 산업과 기업관리법 강화, 등이 제안된다.

국민적 갈등이 많은 우리나라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다. 정의와 공의가 진리인 세상, 불평등과 착취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운동과 혁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물질에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아니한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는 악마의 창조물이 없는지 잘 살펴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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